인생은 공격수로 시작해 골키퍼로 끝난다
그 언젠가, 나는 친구들과 노량진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인가 중학교인가의 운동장을 찾았었다.
모래바람이 불고 있는 탓이었는지, 운동장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초딩들과 중딩 몇이 놀고 있을 뿐이었다. 잘됐다고 생각했다. 조기축구회라도 나와 있으면 골대 근처도 못 가볼 테니까. 그랬다. 우리는 축구를 하러 갔었다.
몸풀기를 가볍게 하고 간단하게 슈팅 몇 번 하고 언제나처럼 초딩을 꼬여냈다. 나, 친구, 초딩1이 한 팀. 초딩 셋이 한 팀. 이렇게 원코트 시합이 시작됐었다. 초반 5분은 초딩들을 마음껏 유린했지만, 체력 고갈은 초딩보다 빠르게 시작되었다. 모래바람으로 인해 더 힘들었다는 것은 핑계.
뛰다가 가만히 앉아서 고개 숙이고 있으니까 초딩들이 다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누나는 왜 저러고 있지?" 아,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어도 너 만한 자식이 있었을 텐데.
나는 스스로에게 레드카드를 주고 자진 퇴장했었다.
인생은 언제나 공격수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수비수가 되었다가 마지막에는 골키퍼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