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친구에게
초등학생 때 데려온 똥개 초롱이는 내 소울메이트였다. 초롱이는 똥개였지만 날렵한 노란 몸집과 노란 눈이 초롱초롱해 예뻤다. 그리고 똑똑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아는 것 같았다.
그런 초롱이는 내가 25살이던 해에 죽었다. 그보다 몇 년 전 집 앞에 있다가 지나가던 할머니에게 두들겨 맞았는데 그때 초롱이는 임신 상태였고, 그대로 뱃속 애들은 사산되었었다. 그런데 그게 잘못되어 후에 초롱이는 자궁에 문제가 생겼고, 종양 덩어리 같은 게 자라났다. 그 덩어리가 또 다른 생명체처럼 느껴질 때부터 초롱이는 고통스러워했다. 일찌감치 병원에 갔었지만 병원에서는 초롱이가 나이가 많아 수술이 어렵다며 안락사를 권유했지만 죽일 순 없었다.
썩은 내가 진동하기 시작했어도 초롱이는 사람이었으면 꼬장꼬장 깔끔 떠는 할머니였을 것이다. 그 아픈 몸으로도 볼일은 꼭 하수구 근처에서 싸고 밥도 물도 깔끔하게 먹었다.
한 번은 외출했다 돌아오니 물그릇에 들어가 앉아서 날 보더니 울더라. 움직이기 힘드니까 크고 낮은 그릇에 물을 줬는데 아마도 물을 먹으려고 하다가 물통에 빠지고 움직이기 어려우니까 그대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속상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침. 초롱이가 가만히 누워 힘없는 눈으로 내가 지나가는 걸 그대로 따라 다니고 있었다. 낌새가 이상했다. 그날은 종일 초롱이 옆에 있었다. 그러다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그 사이 초롱이는 떠나버렸다. 옆에 가족이 없을 때 떠난다는 말이 사실이었나. 하지만 외롭게 떠났을 것 같아서 속상하고 미안했다.
누군가 반려동물은 무지개 다리 건너에서 가족을 기다렸다가 그들이 죽어 하늘에 오면 마중을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항상 초롱이가 날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꼭 끌어안고 보고 싶었다고 미안했다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버려 초롱이가 나를 못 알아 보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들더라. 그래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잘 있었어? 하고 그 머리를 쓰다듬고 그 뺨을 쥐고 흔들고 싶었다. 그 옆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 팔 사이로 머리를 디밀고 들어와 항상 그랬듯 "괜찮아 괜찮아"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