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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Dec 15. 2015

서촌의 잘 보이지 않는 모습

사라지고 사라지는


서촌은 아기자기한 예쁨과 맛있는 것들이 어우러진 곳이지만 알고 보면 그 이면에는 건물주와 가게 주인과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이사 와서 처음으로 그런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암소만이라는 갈빗집이었다. 건물의 외벽은 건물주가 가게 주인에게 하는 말과 가게 주인이 건물주에게 하는 말로 뒤덮여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SNS를 현수막으로 하고 그러네 ㅋㅋ 이라며 웃고 넘어 갔었는데 이런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은근 눈에 띄기 시작했다.

몇몇 가게들의 문에는, 그리고 그 앞에 놓인 팻말에는, 간혹 1인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판에는. 건물주에 의해 조만간 쫓겨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처지와 자신들을 지켜달라는 한탄이, 호소가 적혀 있었다.

장사가 잘 되어서 자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욕심에 나가라고 하는 것인지, 주변 시세가 올라서 그에 세를 억지로 올린 것인지, 그 속내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서촌에 있는 다수의 가게들은 건물주에 의해 쫓겨 날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여기 이사 와서 목격하고 있는, 사라지고 있는 그 스팟들도 사실은 이런 사정이 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암소만이라는 갈빗집에서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는데, 주인이 쓸쓸한 듯 서글픈 듯 미소를 지으며, 이번 달 27일까지만 장사를 하고 고향인 홍성으로 내려간다고 했다. 건물 외벽에 붙어 있던 그 조각의 SNS들이 다 떼여서 뭔가 해결이 났는가 보다 했더니 결국 가게 주인이 나가는 것으로 일단락이 됐던 것 같다.

이 동네가 유명세를 타고 점점 사람이 많아져 감에 따라 아마도 이런 일은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동네를 유명하게 만든 가게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낯익은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가게들이 채워나가지 않을까. 하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잘 모를 거다. 최악이 아닌 이상 달라진  그곳들이 달라진 것인지 알 길 없이 그저 또 다른 서촌의 유명한 집으로써 불려지며 각광받을 테니 말이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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