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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Apr 08. 2016

취미와 돈

뭐? 그렇게 비싸? 하지 마!


내 취미는 피규어 수집이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그 캐릭터의 행위, 모습 등을 가진 피규어를 수집한다. 그리고 프라모델을 조립한다. 또 밴드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이브를 들으러 공연장을 자주 찾는다. 특히 록 페스티벌이나 내한공연 같은 경우에는 웬만하면 다 가고 있다. 


얼마 전 누군가 "프라모델이 돈이 된다더라. 그래서 프라모델을 할까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또 옆에서 "프라모델은 비싸다. 돈이 많이 든다. 할게 못된다."라고 했다. 그래서 이 사람들 역시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프라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프라모델은 생각보다 그렇게 돈 걱정을 할 만큼 돈이 막 나가는 취미는 아니라는 이야기부터 해주었다. 약간은 상대적인 이야기겠지만, 보통의 수입원을 가진 직장인에게라면 대략 MG가 10만 원대 전후가 대부분이고 요즘 조각 수도 많아서 천천히 분기별로 하나씩만 해도 괜찮다. 돈을 벌기 위해 프라모델을 한다면 본인 돈이 더 많이 나갈 테니 좋은 정신수양 프로그램한다 생각하고 하면 좋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내 얘기를 듣자 극악을 한다. 비싸 다는 거지. 응? 한 분기에 10만 원인데? 여러분이 한 분기에 쓰는 술값, 담배값이 더 나가지 않던가요?


피규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피규어 릴리즈가 몰리는 시기엔 덜 먹고 덜 사고해서 피규어를 사기도 하지만 모든 피규어가 그렇게 극악을 할 만큼 비싼 것은 아니다. 다들 핫토이만 봤나 보다.


그러다 누군가 또 이렇게 말했다. 자기는 어떤 특정 가수의 팬클럽에 가입하고 쫓아다닐 만큼 그 가수를 좋아하지만 앨범이 비싸서 사지를 않는다고. 응? 팬인데 가수의 팬인데 음반을 안 산다고? 요즘은 스트리밍도 많고 CD 도 잘 안 들으니까 라고 생각한다 해도 기본적으로 음반조차 사지 않으면서 팬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공연도 가지 않는다고 했다. 티켓값이 비싸서. 아. 앨범이나 공연이나 안사고 안 갈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지만 그 이유가 비싸서는 아니어야 하지 않을까. 


콘서트나 내한공연, 록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로 번지자 도대체 그 돈을 주고 그런 곳을 왜 가느냐 묻는다. 표정들이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런 취미는 안 좋아. 그게 다 돈이 얼마야. 쓸데없어. 그런 취미 없는 게 좋아. 정말 하나도 쓸데없는 취미야." 응? 특정 뮤지션을 좋아하는데, 그 뮤지션의 실제 라이브를 실제로 가서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고 온 몸으로 체감하는 그 영광적인 순간을 느끼지 않겠다고? 특히나 내한하는 뮤지션 공연을 놓친다고? 왜? 돈으로 친다면, 내가 그 뮤지션이 사는 나라에 가서 공연을 보는 것보다 싸잖아? 어쨌든 라이브로 그들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고? 


비싸다, 쓸데없다를 반복하는 그들이 취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취미가 없기 때문에 취미가 있는 사람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취미와 다른 취미에 선입견을 갖고 자신이 가진 선입견을 바탕으로 끝끝내 상대의 취미를 무시하는 나쁜 성격을 가졌을 뿐이지.


이틀에 한번 사람을 만나 술 먹고 놀고 매일 담배를 피우고 옷을 사고 가방을 사는 등등에 들어가는 그 돈이나 여행을 하는데 쓰는 돈이나 그 어떤 각자의 취미에 얼만큼의 돈을 쓰든 이 비용이나 저 비용이나 같은 거 아닌가. 그저 가치의 차이고 관심의 차이고 경험의 차이일 뿐이다. 사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면 술 담배에 쓰는 돈보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내한공연을 직접 경험하고 갖게 되는 경험과 추억에 더 가치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하나마나한 그 이야기의 마지막 멘트는 이것이었다. "프라모델이 하나에 10만 원이라고 치고 100개면 그게 얼마야. 아후 돈 아까워." 아, 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인가. 그걸 한 번에 왜 삽니까. 시간을 두고 세월에 걸쳐 사지. 


아니 그보다 왜 취미가 돈으로 환산돼서 그 가치를 잃고 폄하 되어야 하는 건가. 빚을 지고 취미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취미라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이 얻는 건 하나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역시나 내 취미는 가치 있고 네 취미는 가치 없다 이렇게 미리 결론이라도 지어두고 사는 걸까?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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