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자라는 계절
이따금 출퇴근 길에 보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는 두세 살쯤으로 볼 때마다 유모차에 타고 있었고, 그 옆에는 할머니가 항상 함께 하고 있었다. 유모차를 밀며 웃음과 사랑이 가득 찬 목소리와 표정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면 아이는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겠는 말로 할머니의 말에 대꾸하거나 까르르르 웃고 있었다. 그렇게 몇 계절을 봤던 아이와 할머니가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 둘을 못봤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 할머니를 보기 전까지는.
아, 저 할머니 오랜만에 뵙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는데, 할머니의 손에는 유모차의 손잡이 대신 아이의 손이 잡혀 있었다. 하얀 마스크를 끼고 있어 얼굴의 반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 아이가 맞았다. 언제 그렇게 큰 건지 여자아이는 예쁘게 차려 입고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할머니의 손을 잡고 깔깔 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저 출퇴근 때 보던 아이였지만, 눈에 익은 아이가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역시나 신기한 일이었다. 아이는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를 올려다봤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아이의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눈웃음도 귀엽네. 혹시 너도 나를 알고 있니?'
아이는 내게 작은 손을 들어 올려 사뿐히 흔들며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안녕하세요~ 해야지이 손만 흔들면 되나아? 홍홍.”
“속으로 해썽! 안녕하세여~ 까르르르르”
아아, 싱그럽다.
그래, 모든 게 자라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