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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un 25. 2015

점쟁이가 말한 귀인

귀인과 인연을 맺어야 팔자가 펴


      어떤 남자가 있었어. 이 남자에게는 4년인가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지. 남자의 나이 32살쯤이었고 여자친구와 사이도 아주 좋았어. 그래서 주변에선 슬슬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 하루는 사주팔자를 보러 갔데. 점쟁이가 하는 말이 조만간 한 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귀인과 인연을 맺어야 모든 게 잘 되고, 잘 풀리고 했다는 거야. 그렇게 남자가 그 일이 있고 얼마 안돼서 이직을 했는데, 거기 여직원 한 명한테 완전 꽂히게 됐어. 남자는 자기가 바람 난 거면서 그 여자가 점쟁이가 말한 운명의 귀인이라고 합리화했데. 그래서 여직원에게 대시하기 시작했지. 팀원들이 눈치 챌 정도로 남자는 적극적이었어. 그런데 이 남자가 겉으로 보기엔 나쁘지 않거든. 그러니까 이 여직원도 조금씩 흔들렸던 거지. 


      그런데 이 남자에게 4년인가 5년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이 여자친구가  가만있었겠어? 이 여직원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욕을 퍼붓고 난리가 난거지. 그 여자친구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을 거야. 그런데 이 여직원은 그 남자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 받아주고 있었으니 자긴 할 말이 없어야 되잖아? 하지만 열 받는 건 열 받는 거였지. 그래서 남자에게 온갖 화를 다 내고 이별을 고했다고 해. 그러자 이 남자가 그때부터 너가 없으면 나는 죽는다, 너가 없으면 안된다. 내 운명이 너라고 했다. 네가 있어야 한다. 너다. 너가 내 인생이다 등등 별 시덥잖은 말들을 던져 가며 여직원을 회유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4년인가 5년 사귄 여자친구를 내동댕이 쳤어. 단칼에 헤어지진 못했지만 남자에겐 이미 여직원밖에 없었고 그 여자친구는 그렇게 그들 사이에서 사라져버렸지. 남자는 다시금 여직원에게 구애하기 시작했고, 결국 여직원은 다시 남자를 받아들이게 돼. 


      그리고 둘은 그 다음 해에 결혼을 한다. 이 여직원은 남자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이 남자의 운명의 상대가 나란다를 자랑처럼 얘기하고는 하는데, 사람들은 그걸 예쁘게 봐주진 않았어. 그 둘이 결혼하고 얼마 안 있어 남자는 주식이 대박 치면서 부자가 됐지. 그러자 남자도 부인이 된 여직원도 그 점쟁이 말이 사실 인가 보다라고 역시 우린 운명이었다고 짝짜꿍이 맞아서 떠들었었어. 하지만 주식으로 흥한 자, 주식으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지. 남자는 모든 재산을 주식으로 날리고 부인이 된 여직원에게 이혼하자는 이야기까지 듣게 됐다. 남자는 이혼만큼은 막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둘은 이혼하게 되는데, 그나마 남은 재산을 모두 부인이 된 여직원에게 줘버려. 둘에게는 아이가 있었는데 남자가 키울 능력이 안되어서 양육권을 부인이 된 여직원에게 뺏겼고, 아이를 너무도 좋아했던 남자는 아이를 보고 싶을 때 보게 해준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나마 갖고 있던 것들을 다 줘버려야 했거든. 그렇게 자기 몸 하나 들어갈 정도의 단칸방에서 살게 돼. 그것도 아이가 살고 있는 집 가까운 곳에. 언제라도 아이를 볼 수 있게. 부인이었던 여직원이 없을 때만 아이를 돌볼 수 있었기 때문에 언제 그 시간이 생길지 몰라 직업도 특별히 가지지 못하고 그렇게 살고 있지.


     인생에 만약이라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말이야. 그 사이가 아주 좋았던 4년인가 5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했다면 어땠을까? 뭐, 그래도 주식으로 쪽박 차고 나앉는 것은 같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뒤의 선택지는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들이 그렇게나 외치던 운명, 운명의 상대. 이런 것들은 도대체 다 뭐야. 점쟁이가 말한 귀인은 누구지? 귀인을 첫 눈에 알아보는 것도 이상한 거지. 귀인이란 건 결과론적인 건데 말이야. 그냥 지금 좋은 관계로 있는 그 사람이 지금 이 순간의 당신의 운명이고, 당신의 귀인이야. 쓸데없는 걸로 갖고 있는 운명과 행운을 흘려 버리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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