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TCH Jul 09. 2016

나와 싸워야 하는 불면증

생각을 내려놓으면 이기는 싸움

불면증이 있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불면증은 계속 잠 안 오는 거 아니야?라고 묻는다. 아니. 불면증은 잠은 오는데 잘 수 없는 거야-라고 해주었다. 잠은 들어도 계속해서 깨서 잤다고 말할 수 없는 그런 것. 잠든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닌 그 어딘가에 가만히 놓여 있는 그런 것.


불면증을 이겨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은 이게 자기와의 싸움이기 때문에 자기한테 이겨야 한다. 생각을 내려놓지 않으면 이길 수가 없는 별거 아닌데 별거인 그런 싸움이다.


그리고 최후에는 드디어 약을 찾게 되는데, 수면제는 잘 들면 잘 들을수록 부작용이 있다. 복용하는 모두에게 찾아오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마치 몽유병 증세와 같은 부작용이 난다.


잠들었다가 벌어지는 일인지 잠이 들려고 할 때 벌어지는 일인지는 모르겠다. 약을 먹으면 아주 천천히 정신이 멀어지게 되고 어? 온다 온다- 하면서 나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잠이 들게 된다. 그런데 한 번은 깼는데 주방이 온통 난리였다. 밀가루 반죽이 되어 있고 솥에 물은 가득 담겨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있었다. 한쪽 쟁반에 감자 같은 것들이 다듬어져 있는 걸로 봐서는 수제비를 해 먹으려고 했던 것 같다. 누가 그랬을까. 이 집엔 나 밖에 없는데. 내가 한 거다. 약에 취해 침대에 누운 그 후 어느 순간에 멀쩡하게 수제비를 했던 거다. 과자를 먹거나 빵을 먹거나 뭔가 잔뜩 먹고 그 부스러기나 봉지가 나뒹구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것이랄까. 내가 뭘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 부작용을 몇 번 겪으면 내가 나를 두려워하게 되어 더욱더 불면의 세계로 돌고 돌고 돌게 된다. 그래, 부작용을 겪느니 약을 좀 약하게 짓자. 하고 약을 약하게 지으면 그만큼 또 잠드는 것이 힘들어진다.

결국 모든 것은 나와의 싸움이다. 잠 하나부터 내 생각, 내 행동의 모든 것들이.


요새는 잘 자냐고? 글쎄. 난 잠을 잘 자는 것과는 굿바이 한지 매우 오래된 거 같아서 말이지. 잠이 든 순간만이라도 푹 자 보고 싶을 뿐이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그래도 웬만하면 약은 찾지 않고 잠들기 위해 애썼고 애쓸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까? 샀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