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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Sep 06. 2016

이 나이가 되면,

헤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새로 만나는 게 어렵지.


엄마는 큰 수술을 한 후부터 인근의 구립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하셨다. 인근이라고 해도 버스 타고 몇 정거장은 가야 하는 곳이었는데, 거기서 수영도 배우시고 헬스도 하시고 하신다. 그게 십수 년 전의 일인데 지금까지도 웬만한 이유가 아니면 빠짐없이 가신다. 이유는 하나다. 친구들과의 만남. 운동도 운동이지만 거기서 사귀신 여러 연령대의 친구들에게서 자극도 받으시고 재미도 얻으시고 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헬스장 친구들이 단톡 방이 있다는데 단톡 방이 뭐야?"하고 물으셨을 때, 스마트폰도 사드렸었다. 집에서도 헬스장 친구들과 노시라고. 


그런데 이번에 그 구립 체육관이 공사를 하게 되면서 공사기간 동안 헤어지게 되셨단다. 구립 체육관에서 연계되어 있는 몇 군데의 체육관을 소개 한 모양인데, 엄마가 선택한 곳은 친구들이 선택한 곳과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 공사가 끝나도 웬만하면 여기 다니는 게 낫겠어. 아는 선생님도 있고 집이랑도 가깝고 더 크고 좋다."라고 하셨다. 


"친구들은?"이라고 물으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밥 먹고 커피 먹고 하면 되지 뭐.."라신다. "헤어지는 거 안 섭섭해?"라고도 물으니 "이 나이가 되면 헤어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 새로 만나는 게 어렵지."라고 하신다. 


헤어지는 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나이가 정말 있을까. 엄마 나이 일흔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걸까. 하늘로 떠나보낸 사람이 많아져서 혹은 자의든 타의든 멀어지는 사람이 많아져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걸까. 상대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헤어짐을 결심할 수 있음이 필요한 내게는 엄마가 가졌을 헤어짐의 익숙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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