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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Oct 07. 2016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할머니-

나는 외할머니를 본 기억이 없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엄마는 외할머니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말씀하신다. "너 있을 때 외할머니 살아계셨으면 불고 닦고 하며 키우셨을 거다."라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본 적도 없는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속으로 말한다. "좀 오래 사셔서 나 좀 불고 닦고 해주시지. 그럼 안 외로웠을 텐데."


외할머니 산소가 있는 곳에 갈 일이 있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할머니를 뵈러 갔었다. 어려서, 멀어서, 학교 때문에, 한국에 없어서 등등의 여러 이유로 외할머니 산소를 갈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이참에 가보려고 외할머니가 좋아하셨다던 찐 옥수수, 찹쌀떡, 식혜, 막걸리, 사탕 등을 사서 갔다. 모질게 내렸던 비로 산에 오르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외할머니를 찾는 일은 크게 어렵진 않았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첫인사를 하고 나니 딱히 할 말이 없어져 그대로 그렇게 앉아 하늘도 봤다가 주변도 봤다가 괜히 고시래에만 열중했다. 시원한 바람이 쌔앵 하고 나무들 사이에서 불어왔다. 반겨 주시는 건가? 하며 슬쩍 기분이 좋아졌다. 바람을 느끼며 한마디 두 마디.. 별거 아닌 몇 마디를 던지다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언제 또 올진 모르겠지만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꾸벅하고 내려오려는데 무언가 자꾸 마음에 남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돌아볼 때마다 보이는 외할머니의 산소는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이제 이 곳엔 아무도 없는데 일 년에 한두 번 오고 가는 자식들을 기다릴 외할머니가 외로워 보였다.


"좀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 흐흐. 할머니 안녕! 잘 있어요!"


외할머니 산소와 점점 멀어지는데 계속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외할머니랑 같이 살던 시절이 있었다면 우린 참 쿵짝이 잘 맞는 사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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