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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Oct 19. 2016

고등어와 아이들


지옥 같은 퇴근 지하철에서 빠져나와 차가워진 바람을 느끼며 걷기 시작했다. 지하철 안에서 후끈하게 달아올랐던 몸의 열기가 식어나가며 조금은 한기를 느꼈다. 


집 방향으로 걷다 보면 인적이 드문 어두운 작은 언덕이 있다. 그 언덕의 한쪽은 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그 계단 근처에 가까이 갔을 때부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던 이어폰을 뺐더니 더욱더 확실하게 들렸다. 위쪽인가 하고 봤는데 없다. 그래서 시선을 떨궜는데 바로 옆 계단에서 나를 보며 빽빽 거리고 있는 고등어 한 마리가 보였다. 어두웠지만 이제 1년 될까 말까 한 것 같았다.


"야옹야옹-"


대답을 해주었더니 나를 보며 더 빽빽 거렸다. 수지랑 울음소리가 굉장히 비슷하네-라고 생각이 들자 이 아이가 어디가 아픈가 싶었다. 수지가 아플 때 지르던 소리랑 비슷했으니까. 그래서 이리저리 보는데 계속 빽빽 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먹을 거 주고 싶은데 줄 게 없어."


한 계단 내려가자 한 계단 따라 내려오면 빽-빽-


불현듯 계단 아래쪽에 생긴 개고양이 백화점 생각이 났다.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내 뒤로는 작은 고등어의 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려- 가지 말고 기다려-"


가게에서 캔 하나를 샀다. 수지가 좋아하던 참치캔으로. 캔을 들고 계단을 다시 뛰어 올라갔더니 올라오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고등어가 다시 빽빽 거렸다. 


"안 갔어? 잘했어. 배고프지?"


캔을 따서 사람들 발에 치이지 않을만한 곳에 가만히 두었다. 내가 뭐라도 할까 봐 자기 근처에 손이 오니까 더 크게 빽빽 거리던 고등어는 캔에서 솟구치는 맛있는 향기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먹기 시작했다. 먹다가 고개 들고 쳐다보고 먹다가 고개 들고 쳐다보고. 


"맛있어? 그거 먹고 너도 가. 여기 있지 말고."


그리고 다시 계단을 내려오면서 뒤돌아보기를 반복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내 고등어는 캔에 얼굴을 파묻고 먹고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면서 수지가 보고 싶었다. 평소 보고 싶었던 그 이상으로 수지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인적 드문 골목길을 지나며 울었다. 그립고 미안하고 보고 싶어서 대만이 수지 이름을 불러 가며 애처럼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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