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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CH Jan 24. 2017

흥얼흥얼

유명해지세요. 이름 팔아먹게. 돈 많이 버세요. 음악 계속하게.


2년 전쯤, 지금은 구남친이 된 당시의 남친과 홍대 뒷 길을 걷다가 예전 남친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어느 가게 앞에 친구들과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시의 남친은 흠칫 거리는 날 보며 "왜? 전남친이라도 봤어?"라고 물었다. 반쯤은 장난으로 물었을 테지만 괜히 찔려서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니. 내가 좋아하는 인디밴드 멤버."라고 하며 걸음을 재촉했었는데 사실 얼버무리긴 했지만,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는 홍대 클럽에서 이따금 공연하는 인디 뮤지션이었으니까. 나와 만날 때는 이름을 막 알릴랑말랑 했었고, 지금은 앨범은 몇 장 냈지만 그렇게 유명한 편은 아닌 그런 뮤지션. 하지만 음악이 너무 좋고 음악과 잘 어울리던 뮤지션. 헤어지고 나서도 공연을 보러 몇 번 간 적도 있었다. 


지금 유튜브로 음악을 랜덤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그 사람 밴드 노래가 나온다. 이런 곳에도 나오네. 놀랍다. 꾸준히 음악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은 항상 대단했다. 음악 성향이 바뀐 것 같았지만 바뀐 성향의 음악도 좋았다. 그 사람이랑 어울렸다. 대중적으로 좋아할 만한 곡이 아니어서 그렇지. 후후.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너나 나나 하고 싶은 걸 꾸준히 잘 하는 재주는 있어도 돈을 만드는 재주는 없는 것 같아."라고. 그 얘기를 하고 그렇게 웃었는데 그게 사실이다. 심지어 나는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먹고사는 일을 더 하고 있으니 더 그렇겠지만.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돈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럼 당신 얘기를 글로 써서 팔아먹을래. -는 당신도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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