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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 My Life Mar 18. 2022

#A5. 저를 감당하실 수 있나요?

브랜드 매니저 포지셔닝 제안을 받았다

나의 첫 직업은 영어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두 번째 직업은 해외영업, 그리고 3번째 직업은 브랜드 매니저다.


누구나 인생은 각자의 나름대로 다이내믹하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의 직업 변천사는 참 다이내믹하다.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너무 재미없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는 말에 백퍼 공감한다.

한국에서 영어는 주입식에다가 너무 쳇바퀴 안에 도는 교육 시스템이 나의 삶의 동기를 빼앗아 간 듯했다.


부모님 몰래 대출받아 통보하듯 독립하고 퇴사 후 어느 날 여행이 너무 하고 싶었다. 나의 머릿속은 여행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대출이자는 갚아야 하고, 월세 날과 카드 지출일은 다가오는데 모아둔 돈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고, 어릴수록 고생은 사서 하고, 하고 싶은 건 어리니까 할 수 있다는 말을 실천해버렸다.


해외영업을 하면 해외를 나갈 수 있을까? 하고 스친 이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3군데 면접을 보고 수출을 겸하면서 해외 출장이 있는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는 해외 출장을 해외여행으로 퉁치며 지내던 날이 멀지 않아 나는 퇴사를 하였고, 또다시 다른 곳에 면접을 보기 위해 열심히 이력서를 제출했다.


충족되지 못한 여행을 위해 '해외영업'으로.




백수생활 2주 차, 낮잠 자던 중 전화벨이 울려 비몽사몽 전화를 받았는데 어느 중소기업에서 면접을 보고 싶다는 요청 전화였다.


회사 대표가 면접을 진행하였고 나에게 영어로 자기소개도 시켰다. 사실 급하게 응하게 된 면접이라 준비도 못한 채 면접을 보게 됐지만 나다움을 보여줘야겠노라 다짐하며 면접에 응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에게 브랜드 매니저가 뭔지 아냐고 묻는 게 아닌가...

이어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아닌가...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던 나에게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 중인 직원 한 분을 불러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을 해주라며 지시하셨고, 졸지에 나는 브랜드 매니저라는 일에 대한 직무를 듣게 되었다.


이야기가 다 끝난 후 나에게 브랜드 매니저를 해보겠냐며 인턴으로 뽑고 싶다고 그 자리에서 제안을 주셨다. 제안을 듣고 난 나의 답변은...


"여기가 저의 세 번째 직장인데, 지금까지 기업 문화에 맞춰 나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저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데...

저를 감당하실 수 있나요?"


지금은 가끔 대표와 옛날이야기하게 될 때 당돌했던 나의 모습을 추억거리로 삼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의 모습은 열정만 가득한 풋내기 그 자체였다.


저를 감당하실 수 있나요?


어느 면접자가 회사에 이런 당돌함을 보일 수 있겠는가.

하늘이 도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20대니까 할 수 있는 행동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이없지만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나의 다이내믹한 인생 스토리 덕분에 누구와 있어도 대화 소재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내가 그려나가는 'Design My Life' 캔버스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정답은 없지만 앞으로 계속 그려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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