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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ochondria Studio Aug 06. 2018

날아다니는 사람을 착륙시키는 방법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학교에 관하여


조카는 아직 말도 하지 못하지만,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룬다. 유튜브에서 광고가 끝나길 기다리고, 스킵버튼을 누른다. 연관된 영상중에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고르고,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화면으로 넘겨버린다.


답을 찾아야 하는 학생들은 더이상 책에서 답을 찾지 않는다. 스마트폰 안에 모든 답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걸 왜 외우나요? 나무위키에 더 자세히 나와있는걸요?’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스마트폰과 거의 대부분의 순간 함께한다. 혼자서 밥을 먹어야 할 때거나, 친구와 헤어지자마자, 무언가 궁금하거나, 그러니까 거의 모든 순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걷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같이 날아가며 길을 설명해주어야 한다.


아직 말도 배우지 못한 아이부터 나이든 어른까지, 그 누구도 정보로 가득찬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지 않는다. 모두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닌다. 나이가 어릴수록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렇다고 모두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나는 것 보다 걷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사람인 경우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한다. 



걷는 사람이 날아다니는 사람에게 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한가지는 내가 더 자유롭게 날며 여유있게 길을 설명하기 위해 나는 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날아다니는 사람의 비행기를 빼앗아 걸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의 학교는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의 비행기를 빼앗는 방법을 선택했다. 걸어다니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 날아다니는 사람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은 걷지 않는다. 왜냐하면 학교가 끝나면 비행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걸어야 보이는 길도 있다. 



모두가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걸어야 보이는 길을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학생들보다 더 화려하게 날아다니며 걸어야 보이는 길의 매력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걸어보고 싶도록 설득해야한다. 그렇게 배우는 사람을 착륙시키고 함께 걸으며 다른 길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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