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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tochondria Studio Aug 13. 2018

아이들만으로 충분하다

부모의 존재와 가족의 완성에 관하여.


“토요일은 제가 회사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서요. 토요일은 아이들만 보내도 될까요? 일요일은 제가 함께 할 수 있고요.”


약속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말을 언제 들어도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하지만 이틀 프로그램 중 하루동안 보호자 한 명이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서 선발을 취소하는 것도 애매한 일이었다.


“괜찮긴 합니다만, 다른 모든 참가자들이 가족단위로 참여하기 때문에 보호자분이 같이 참여하지 못한다면 아이들이 위축될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끔찍이 여긴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모습일수도 있다. 하지만 참여자가 기획의도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는 미리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아, 아이들이 둘이서도 잘 해요. 그리고 이전에도 가족 프로그램에 둘 만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잘 참여했어요.”


의외로 준비되었다는 듯이 흔들림 없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부모의 욕심일수도 있었다. 그런 경우를 보지 못한것도 아니었기에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받았다. 


“네, 그럼 알겠습니다. 하지만 보호자분의 부재로 인한 공백을 저희가 하나하나 메꾸어드리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미리 말해둘게요.”



그렇게 내가 운영을 돕고 있는 교육프로그램 참가자 확인전화는 마무리 되었다. 어머니와의 통화를 하고 나서는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팍팍하고 고단한 세상에 아이들에게 문화예술과 관련한 경험을 선물하는 일은 이렇게 고달프다. 보호자로써 함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하루 정도는 아이들이 스스로 잘 해쳐나가길 도와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회의에 들어갔다.


수업을 진행하게될 선생님들과 기획회의가 끝나고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조금 전 보호자와 통화한 내용을 알렸다. 그런데 의외의 반응을 마주하게 되었다.


가족 프로그램에 부모가 함께하지 못하는 조건이라면 참여시키기 어려운게 아닌지 검토해봐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엄마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기계적인 반응에 약간은 놀랐고 조금은 발끈했다. 부모가 반드시 함께해야만 완성되는 가족의 형태를 기준으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가족의 사정을 너무 쉽게 재단하는 것 처럼 느껴져 못마땅했다. 위 에서 예를 든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부모가 있어서 더 불행한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수많은 아동폭력은 부모로부터 발생한다. 그리고 세상에는 부모가 없는 가족도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교육의 모집과정에 부모님 정보를 입력하라고 적지 않는다. 보호자 정보를 입력하라고 적는다.



위에서 소개한 아이들은 프로그램에 너무나도 즐겁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부모의 존재가 가족의 완성이 아니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아니,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이들만으로도 충분하다. 엄마가 횡단보도에서 유도리를 보여줄 때, 손목을 잡아끌며 말했다.


엄마. 빨간불엔 건너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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