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문자가 왔습니다.
“소장님 일어나셨으면 뒷산에 일출 보러 가요, 스머프랑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아침 기도 마치고 갈게요 15분 후에 가도 되겠지요?”
26살 이후로 시작된 아침 기도는 저에게 있어 중요한 의식입니다. 하루의 시작을 명상과 108배로 시작하는 아침은 몸에 베인 오랜 생활이 되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산보를 다녀오고 싶었는데 세 가족 중에 왼쪽 하얀 집에 살고 있는 ‘포비네’가 아침 산보를 챙겨주네요. 혼자 걷는 발걸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생깁니다.
서리가 내린 뒷동산에서 포비, 스머프, 여름(반려견)이가 저를 맞이해줍니다. 아침 햇살을 배경으로 나오는 하얀 입김에 붉은 기운이 베어 납니다. 파란 배추밭과 샛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 아직은 개발이 덜 되어 옛정이 남아 있을 법한 동네의 골목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선을 마주 하는 이야기보다 먼 풍경을 바라보며 나누는 대화는 속마음도 금방 드러내는 마력이 있는 것일까요? 집 짓는 동안 들었던 생각들, 처음 지은 집이 주는 의미, 부부가 겪은 에피소드, 함께 사는 반려견 여름이의 장소, 새로 사귄 이웃집 할머니 소식도 들었습니다. 아침 기온이 쌀쌀하지만 부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사람에 대한 정이 따뜻하게 배어있어 온기가 전해집니다.
우리들 삶이 특별할 것 같은데, 집을 짓는 동안은 집이 전체인 것 같았는데, 살아보면 처음 생각이 전부는 아님었음을 포비네도 알게되는 것이겠지요.
집 짓는 동안 섭섭한 일들도 이제는 지나간 기억이 되었나봅니다. 마주치는 부부의 눈가에도 웃음이 있으니 제 마음도 두사람을 따라 편안해집니다.
“집 지으며 돈 마련하느라 고생들 많았죠? 수고들 하셨어요.” 제 말이 위로가 되었을까요? “아침 커피 한잔 하러 가자”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스머프의 주방으로 향했습니다.
건축가는 자신이 디자인한 장소가 지어지는 과정을 모두 지켜봅니다. 그 시간은 평균 1년의 시간입니다. 네 번의 계절을 보내는 셈이니 지금 만나고 있는 건축주의 일 년을 고스란히 살펴보는 시간과도 같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잘 알지 못하던 가족도, 집을 짓기 위해 나누는 소리를 듣고, 종이에 받아 적고, 이미지를 그리고, 집을 짓는 동안 동행을 하다 보면 어느 사이 가까운 지인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일까요? 건축가는 거미줄 역듯이 튼튼하게 어디든 연결이 되도록 관계를 이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면 거미줄에 맺힌 이슬이 반짝하고 존재를 드러내듯 말입니다.
세 가족의 집들이에는 딸아이도 같이 참여했습니다. 동행했던 이 소장과 최 소장은 지난밤에 집에 가고 저는 2호 집 베짱이네 집에서 자고, 딸아이는 스머프네 집에서 또래 친구 소율이와 함께 잤습니다.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깔깔거리며, 웃고 놀다 잠이 들었다는 소율이와 딸아이의 소식에 제 얼굴에도 편안함과 감사함이 묻어납니다. 집이 다 지어지면 딸아이에게 소율이랑 3호 집 윤아, 2호 집 정현이랑 친구가 되도록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다음번에는 새벽 다섯 시까지 놀다 잘 거라고 하니 경기 북부 지역에 딸아이의 친구가 생긴 셈이죠.
지난밤에는 2호 집 베짱이네 집에서 새벽 한 시가 넘도록 집 짓는 동안 들었던 마음을 들었습니다. 저보다 연배는 어려도 집을 짓는 동안 들었던 마음에는 나이가 따로 없을 것입니다. 베짱이는 맥주를 마시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할 일은 추임새를 넣어가며 장단만 맞추면 되는 일인데 힘들었을 베짱이를 생각하면 가끔 제 마음에도 무게가 실리더군요. 그래도 지난 긴 장마에 비새는 곳도 없고, 물난리가 난 일도 없다고 하니 꼼꼼히 지어진 집이 분명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집 짓다 누가 도망간 것도 아니고, 집사람 하고 이혼한 것도 아니고, 비가 새는 것도 아니고, 별 걱정할 것 없네” 저의 이런 뻔뻔한 추임새에 베짱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가끔은 이렇게 뻔뻔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상했던 거실의 풍경입니다. 소율이네는 이사오기 전 집에서도 거실에 책이 가득했거든요. 아침볕이 깊게 드는 따뜻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