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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굽는 건축가 Nov 01. 2021

한밤 중 나의 정원에서

내가 보는 책들 중에는 동화책이 있다. 
어린이가 보는 책이지만 잠에 들기 전에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느긋하게 
글자보다 
그림이 훨씬 더 많아서 
눈의 피로도
생각할 것도 없이
그림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뭔가 알겠다는 듯한 느낌이 있는 아이들의 그램책 동화

친구는 고전 동화를 많이 읽혀 주라고도 이야기 하지만
내 경우에는 새로 소개되는 동화책도
쏠쏠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이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에게는
알뜰한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다. 

어린이가 읽고, 내가 읽고,
아내까지 읽으면 동화책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중에는 며칠 전 읽은 ‘정원 이야기‘ 책이 있다. 

<한밤 중 톰의 정원에서>

우리 딸은 벌써 2번을 읽었다고 하고
아내는 그 책 재미있지 않으냐고 한다. 
그 소리에 이끌려 나도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역시나 동화책의 매력은 
하루에 한 권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미덕‘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더구나 책 내용도 가족 누구나가
읽어도 좋을만한 내용일 경우는 더 그렇다.
다 읽고 나면 내 존재까지 뿌듯해지는
그런 책이면 가치는 배가 된다.

톰의 정원은 톰만 알고 있는 정원이다. 
어른 들은 볼 수 없는 톰의 정원은 한 밤중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만, 그것도 뒷문으로만 들어갈 수 있다. 

톰의 삼촌은 심야에 울리는 시계 괘종 소리에
투덜거리며 이야기한다.

˝하여튼 있지도 않은 시간을 친다니까, 바 살러 유 부인도 저 소리에 잠을 설쳐 봐야 하는데˝

종소리에 잠을 설치는 삼촌과 달리
있지도 않는 시계 종소리를 기다린 톰은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1층 뒷문을 살며시 열면서
미소를 짓는다. 

매일매일 시계 종소리와 함께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원을 만나러 가는 톰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내가 톰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

우리 집에도 뒷마당으로 나가는 문이 있다. 
나는 새벽 두세 시가 되면 
한 번은 꼭 깨서 소변을 보는 버릇이 있는데 
변기 대신 뒷마당에서 소변을 본다.

뒷마당에 서서 소변을 보는 이유까지 공개한다면 
변기 물을 아끼고
퇴비더미에 소변을 보니 비료도 만들고
무엇보다 
넓은 밤하늘을 보면서 오줌을 누는 내가 행복해서다. 

˝음 오늘 하늘은 별이 가득하네,
이제 곧 서리가 내리는 시간이 되겠어.˝
풀벌레 소리, 낮에 익은 풀 냄새를 맡는 그 시간

새벽 두세 시에 뒷문을 살짝 열고 후원에 간다. 
오늘은 뒷문을 열고 나가면서
˝이 문을 열면 정원이 나타날 거야˝라며 문을 열었다. 

국화향이 깊어지는 가을을 펼쳐주는 하늘에는
초저녁에는 볼 수 없는 별들이 많다. 

카시오페아, 오리온, 북두칠성,
그리고 작은 별들과 딸이 찾아낸 초록별까지 있다.

건축가는 책 속의 그림에서 유난히 살펴보는 장면들이 있다. 
문과 창, 건물의 모습들, 그리고 가구의 그림들까지
우리들의 생활과 관련된 모습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책 읽기 습관 같은 것이 있다.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감추어진 정원을 유심히 본다. 
나에게 한 밤중 톰의 정원은 어떤 곳일까?

내일은 뒷문을 열 때 톰처럼 
눈을 꼭 감았다가 떠 봐야지
어쩌면 톰이 그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모르니까

참 좋은 동화책을 만나니 기분이 좋은 날이다. 
이런 동화책이 많이 많이 나오면 좋다.

(2019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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