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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굽는 건축가 Nov 01. 2021

책을 즐겨 읽는 이유

책을 즐겨 읽은 이유가 뭘까요?
사무실에도 많은 책이 있고 (아직 다 읽지도 못한)
집에도 여기저기 책이 있어요.

정리되지 않은 책들로 인해 아내에게 소리도 자주 들어요
˝우리 어린이가 아빠를 닮아서 정리를 하지 않는다˝는 핀잔입니다.  

그럴 때면 억울합니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긍정반 부정반의 표정을 짓습니다. 
그런 내 모습에 아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소리를 듣습니다.
˝창문에 있는 책을 좀 치워봐요, 그래야 창문을 열지˝

아내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맞습니다.
창을 열 수 있도록 책을 정리해야겠어요
어린이에게도 이야기해야겠어요

˝너도 책 정리를 좀 해라. 아빠가 두 배로 혼난다˝

가족이 대화하는 방법은 참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책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어요.
살면서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책을 사는 일인데,
책을 사지 못하게 하면,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것도 생각했을 거예요.

아내도 책은 많이 사는 편이니
아내와 저는 통하는 것이 분명히 있는 셈이죠. 

오늘은 건축책을 보다
한 장의 사진을 볼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런데 책 속의 사진을 보면서,
다음 책장으로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 속 한 장소가 건축가인 저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습니다. 
사진이 이야기합니다. 

˝장소라는 것은 말이지, 그림이 아닐세, 잘 보게 여기 현관에 들어가기 위해서 계단을 오르지 않나, 계단을 오르면서 다음 장소로 가는 짧은 순간에도 시간의 풍경은 존재하는 것일세. 나무, 빛, 새, 바람, 계절의 흔적,  자네 눈은 어디로 향할 것 같은가?  현관으로 가는 그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시간들과 장소가 존재하는 것일세, 눈을 돌려보게˝

건축에는 ‘사이‘들이 존재합니다. 

‘사이‘라는 뜻을 동북아시아에서 ‘間‘ 문과 문 사이에 해가 든다는 뜻글자를 쓰고 있습니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넘어가는 동안 빛이 드는 장소를 만들어 놓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진은 다시 이야기합니다. 

˝현관에 들어와서는 뭐 느끼는 것은 없나? 현관을 통해 집에 들어온 순간 외부와 차단되는 것을 난 원치 않네, 우리 존재는 인드라의 그물망처럼 연결된 존재거든! 그러니 현관에 들어왔다고 해서 외부와의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아. 적극적으로 연결해 주고 싶네. 자네도 그런 공간을 만들 줄 알잖나. 자네가 고민하던 장소들일세. 힌트라고 할까? 그런 것을 자네에게 알려주었으니 더 발전시켜봐. 공간은 말이지 끝이 아닐세. 다시 이어지는 것이야. 그것이 물리적인 것이든, 형태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연결되어 있다네.˝

1970년대에 지어진 사진 속 집을 설계한 건축가는 
사진 한 장속에 나를 머물게 합니다. 
마치 집안으로 걸어 들어와 보란 듯이 말입니다. 

책은 나를 연결시켜 줍니다. 

촘촘히 연결된 그물망처럼,
시간과 장소를 넘어서도록 도와주고 있군요.
고마운 일입니다
감사해요 선배님

(2019년 10월 20일)

아침 스케치 속에 들어간 빵 굽기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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