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오두막

2019년 11월 2일

by 빵굽는 건축가

‘4월의 오두막‘


올해 제가 지은 오두막은 두 채나 됩니다.
텐트보다 작지만 ‘집‘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아지트 같은 곳이죠. 이것저것 스케치하고 만드는 일이 본업이다 보니, 오두막도 만들게 되네요.
다른 건물보다 한참을 작아서 그런지, 심리적으로는 쉬운데, 간단한 일 또한 아니더군요. 작은 일이기는 하지만 눈과 비바람을 피하고 해가 들고 사람이 들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 채는 가로 2.4m, 세로 2.4m 크기로 면적은 5.76M2 (1.8평)이고,
다른 한 채는 짧은 변 2.4m, 서측 긴 변은 3.6m 크기로 8.64M2 (2.6평)입니다.
˝이거 너무 작은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드는데 실제로도 작습니다.

대학에 다닐 때, 1인당 최소 거주 면적은 공용면적인 현관, 화장실, 부엌. 복도, 욕실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10M2/인,
국제 주거 회의 기준은 15M2/인으로 배웠습니다.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 뷔지 ‘는 그의 아내 생일을 기념으로 지은 16M2 (4.8평) 크기의 카바농(오두막)이 있어요.
‘최소한의 건축‘이라고 불렸던 그의 오두막에 식당은 없습니다. 밥은 옆집 식당에서 해결했다고 해요.
저라면 빵 만들 수 있는 오븐 하나 정도는 두었을 것 같은데요. 제 예상대로 라면 ‘코르 뷔지 ‘ 선생은 빵은 만들지 않았던 게 틀림없어요.

보수 없이, 단지 기쁜 마음 하나로 디자인하고 지은 두 동의 오두막에는 식당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없습니다. 당연히 오븐도 없고요. 식사와 배변은 본채에서 해결해야 하죠.

한 채는
˝아빠 나 오두막이 필요해˝라고 한 우리 딸의 ‘4월의 오두막‘,
또 한 채는 우리가 지어준 집에 살고 있는, 지유네 아빠의 ‘10월의 오두막‘입니다.

완성된 시간을 기준으로 4월과 10월로 부르고 있어요. 오두막 외벽 마감 색도 4월과 10월의 나무색으로 했지요.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나요?

아파트에서 오두막 같은 장소를 만든다면 발코니에 나무집을 짓거나, 거실 한쪽에 인디언 텐트를 쳐 놓는 정도가 최선이겠지요. 안타깝게도 아파트의 오두막과 땅 위에 지은 오두막에는 차이점이 좀 있어요. 본채와의 거리감이 존재한다고 할까요?

본채와 현관을 같이 쓰거나, 아내, 어린이, 남편의 소리가 늘 들리는 곳이라면, 그곳은 오두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해요. 오두막에 와 있는데 ˝여보 현관에 둔 우산 어디에 있지?˝라는 소리가 들린다면 어떻게 하겠어요? 모른 척할 수 없어서 현관에 다녀와야 합니다. 적어도 제 경우에는 외면할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요. 매력이 떨어지죠. 오두막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감‘이 부족해요.

오두막은 홀로 떨어져 있어야 존재감이 생깁니다.
우리 집 오두막도, 지유네 오두막도 ‘혼자라는 자유‘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졌어요. 누군가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진 장소 같은 곳이죠.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벌, 새, 개미, 살아있는 대부분의 생명은 집을 스스로 짓고, 해마다 짓습니다.
사람들도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무엇을 짓는다는 것은 본능이라고 하고 싶네요.
그런 면에서 건축가는 ‘짓는 본능‘을 살리는 괜찮은 직업임에 틀림없어요.


오늘은 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를 읽고 있습니다. 작가인 그가 작은 오두막 하나를 짓기 위해 써내려 가는 글 솜씨에 반했는지 자꾸만 읽게 됩니다.

<.... 집터 고르기는 내가 살아가면서 내려야 할 모든 운명적인 결정의 메타포처럼 느껴졌다....... 월든의 소로우가 지적했듯, 자유는 신중함을 통해 쟁취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풀숲이었거나 평범한 목초지에 불과했던 곳이 한순간 세상의 주인으로 탈바꿈한다. 다시 말해 어디에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_마이클 폴란의 주말 집짓기 중에서>

나무 그늘 아래 의자를 하나 놓으면 그곳에서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고, 아파트 발코니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쉴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에서 우린 모두 세상의 주인이 될 수 있잖아요. ˝여보 어디 있어?˝라는 소리가 들려도 그 소리가 행복한 소리가 되는 곳이 ‘집‘이니까요.

오늘 우리들의 오두막은 어디에 또 만들 수 있을까요?



오두막.jpg 오두막에서 할 수 있는 책읽기, 사진보기, 풍경 감상하기, 음악듣기, 커피내리기, 기억하기, 고양이보기, 웃기 ....... 오두막이 우리들의 바래중에 하나인 이유들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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