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나요? '야옹'소리가"

여름이, 토미, 미풍, 장풍, 대발, 깜선생, 둥이(반려동물)의 집

by 빵굽는 건축가

(2019년 12월 11일)


12월 11일 아침에는 여우비가 오고 있습니다. 장독대 앞에 볕이 들더니 겨울비가 오는군요. 어제는 토목공사를 시작한 성사동 세가족 현장에서 시공 소장과 겨울 공사에 대한 점검을 하고, 커피 로스팅 공방을 준비하고 있는 카페 사장님 내외분과 분당에서 늦은 밤까지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니, 이웃집 둥이(개)는 발소리를 알아듣고 멍멍거리고, 깜선생(고양이)은 온실 벤치에서 곤하게 잠을 자더군요.

성사동에서는 스머프네 하얀 백구, ‘여름’이의 집터를 확인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사람을 위한 일이기는 하지만 강아지와 고양이의 집도 고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성사동보다 일찍 시작해서 집의 꼴을 갖추어 가는 고촌리 주택도 삽살개 ‘토미’의 집자리를 처음부터 계획하였습니다.

반려동물의 집이라도 배치, 빛, 바람 등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름’이네 집도 그렇고 ‘토미’의 집도 그렇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다 보면 마음에 여유도 생기고, 땅이라는 구체적인 장소가 생기면서 반려동물을 기르게 됩니다. 신양복리 준서네 집은 ‘미풍’이와 ‘장풍’ 이를 위한 집이 마당의 10%를 차지할 만큼 넓은 면적입니다.

우리 집은 깜선생을 기르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은 기른다기보다, 사람과 동거를 하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때가 더 많습니다. 고양이는 가장 편안한 장소를 스스로 찾아다니기 때문에 일정한 거주지가 없습니다. 낮에는 담벼락 아래서 한숨 자고, 밤과 새벽에는 쥐를 잡습니다.

장작 창고와 장독대로 사용되는 곳은, 새벽 2시면 어김없이 ‘꼬끼오’를 외치던 수탉 2마리와 암탉 6마리가 살던 닭장 터입니다. 여덟 마리의 닭을 위해서 3번의 닭장을 지었는데 각 단계별로 그만한 사연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몇 마리 가져다 종이상자에 넣고 기르던 기억이 전부였던 제가 병아리가 닭이 될 때까지 기를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마당 때문입니다. 7호 누님네 초등학교에서 부화시킨 병아리를 몇 집에 나누어 주었는데, 우리 집도 그때 분양을 받았습니다. 병아리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 집이 필요했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가져다 ‘자연 닭장’으로 움막 같은 우리를 짓고, 두 번째는 작은 집, 세 번째는 마당이 있는 닭장을 지었습니다. 몇 번을 지으면서 닭장 문의 구조, 닭장의 배치를 알아가게 되어가더군요. 주방에서 잔반을 주기 편해야 하고, 여름에 덥지 않도록 바람과 통풍이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새의 습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닭은 잠을 잘 때 횟대라고 하는 나뭇가지 위에서 잠을 잡니다. 알 낳는 곳은 아늑한 만들어야 하고, 새로 난 알을 꺼내기 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닭을 기르는 사람이 고생을 하게 됩니다. 세 번의 닭장 만들기를 통해 먹고, 자고, 알을 낳고, 비를 피하도록 하고, 닭장 청소는 쉽도록 하고, 알 낳는 곳을 분리시켜서 닭장을 쾌적하도록 해야 합니다.

몇 년 전 산에서 내려온 못된 족제비 녀석들이 닭을 모두 데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닭장에는 알이 가득했었습니다. 알을 품어 태어난 병아리가 커서 닭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딸아이는 산짐승의 습격으로 살을 뜯기고 피를 흘린 닭들의 모습을 본 이후로는 “아빠 닭은 이제 그만 기르자”라고 한 일이 몇 해 전의 일입니다.

닭을 길러보니 옛날 어르신들이 닭을 기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더군요. 첫째로 음식 잔반을 처리할 수 있고, 풀을 베어 먹이로 줄 수 있고, 마당에서 벌레들을 잡아먹습니다. 부지런히 낳아준 알은 가족의 건강식이 되고, 동네에서 물물교환의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음식 잔반을 처리해주는 것은 정말 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퇴비장에서 음식물을 퇴비화 시키고 있는데 닭들이 먹어주던 것에 비교 할바가 되지 않습니다. 닭똥은 숙성시킨 후에 밭에 뿌려주면 작물 성장에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닭똥이 사방에 널려있고, 여름이 되면 닭똥을 밟은 신발에서는 시큼하게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집에서 나오는 잔반과 마당에 있는 풀로는 부족해서, 옆집에서 잔반을 얻어오거나 그것도 없으면 사료를 사 와야 하니 그것도 참 고달픈 일이었습니다.

닭을 길러본 적이 없다면 치킨과 통닭 정도로 닭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예로부터 닭이 울면 새벽이 되었고, 귀신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수탉은 ‘꼬끼오’ 암탉은 ‘꼬꼬 꼬꼬’라고 합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닭은 소통을 위해 2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낸다고 하네요. 산짐승이 접근할 때, 먹이를 찾을 때, 짝을 부를 때 내는 소리도 다르다고 합니다. 먹이를 주면 수탉은 주위를 경계하고 암탉과 병아리가 먼저 먹은 후 나중에서야 모이를 먹고, 고양이가 다가가면 수탉이 머리를 곧추 세우고 고양이와 싸울 자세를 취해 암탉과 병아리를 보호해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어미닭은 새끼 병아리가 날 수 있도록 횟대에서 비행 시범을 보이고, 고개를 저어가며, 병아리들의 비행을 교육시키는 닭을 보고 누가 ‘닭대가리’라고 했을까요?

수탉은 새벽 세시부터 “꼬끼오”소리를 지르니 이웃들이 한 여름에 잠을 설치는 적도 많았습니다. 수탉이 새벽부터 울어서 잠을 못 잔다고 하소연하는 이웃집의 원성을 듣고, 잠시지만 이웃을 포기하느냐, 닭을 포기하느냐를 두고 몇 초간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당연히 수탉을 포기하고 집에 있는 수탉 두 마리를 인근 동네 어르신 댁에 몸보신용으로 보낸 적도 있습니다. 닭장에는 쥐들이 굴을 파고 세 들어 살면서 알을 몰래 가져가니, 이야기 속 풍경처럼 마냥 재미난 것은 아닙니다. 닭들이 살던 닭장의 일부는 장작 창고로 쓰이고, 나머지는 장독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닭들이 없으니 닭똥을 청소할 일도 없고, 여름날 새벽에 이웃들에게 원성을 받을 일도 없어졌지만 가끔 닭들이 생각납니다. 알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퇴비장에서 벌레를 잡아먹고, 음식물 잔반을 치워주고, 품은 알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삐악’ 거릴 때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세 집이 닭을 키웠는데 지금은 한 집만 닭을 기르고 있습니다. 닭을 기르는 3호 집은 여름날 원성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수탉 때문에 이웃을 잃지는 않았으니 저만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습니다.

스웨덴의 동화작가 ‘스벤 누르드크비스트’의 <핀두스 이야기>에도 닭들과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동화 속의 주인공인 ‘페테르손 할아버지’는 핀두스(고양이)와 닭들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페테르손 할아버지에게는 닭들도 반려동물인 샘이죠. 페테르손 할아버지도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여러 가지 자잘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는데 실제 일어날만한 이야기처럼 보이니 <핀두스 이야기>는 허구처럼 보이지 않는 줄거리가 들어있습니다.

딸아이는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데 종일 마당에 묶어 두어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고양이만 기르고 있습니다. <핀두스 이야기>를 빌어서 보면 우리 집 깜선생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내가 당신네 집 근처에 있는 쥐, 뱀들을 모두 쫒아 내는데 새를 좀 잡아먹는다고 그렇게 구박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리고 당신들 가족이 일 년에 몇 차례 여행을 다녀오는 사이 집은 내가 지키는데 고마운 줄이나 아세요. 날이 추워졌으니 아침에 온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문 좀 빨리 열어주고요”

“이제 들리나요 ‘야옹’ 소리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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