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온도

관계를 이어주는 온도

by 빵굽는 건축가

집 짓는 현장에는 호흡을 맞추어 일하는 팀이 여럿 있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책임집니다. 사람과 사람, 장비와 사람, 장비와 장비도 한 팀을 이룹니다. 규모가 큰 건물은 오케스트라에 비유하자면 소규모 공사는 실내악에 비유해도 어울릴만한 크기입니다. 바이올린 세명, 첼로 한 명, 플루트 처럼 모두가 지휘자이자, 연주자가 되는 규모랄까요? 거기에 관객은 건축주를 포함해, 관계공무원, 이웃동네 사람들, 이어서 대기를 하고 있는 설비, 전기, 목수, 타일, 도배팀들 모두 관객이자 연주자들입니다.

집을 지을 때 빈번하게 사용하는 장비로는 지게차, 레미콘, 포클레인이 있습니다. 하루 장비 이용료가 큰 편이라, 효율적인 운영이 되도록 장비 계획을 짜는 몫은 현장 소장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계획을 소홀하게 세우면, 하루면 될 일도 이틀 이상이 되고, 비용은 비례해서 증가합니다. 공사 마무리에 가서 요긴하게 사용하게 될 목돈이 미리 들어가는 셈이니 현장 소장은 돈과 사람, 장소와 조건, 시간의 관계를 꼼꼼히 파악하여 살림살이를 잘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공사 중반을 넘어가면서 악단의 지휘자 역할도 하게 된다고 할까요?

오늘은 승현이네와 황선생 님 집의 기초에 흙을 채우고 전기와 설비 준비를 미리 하는 날입니다. 기초공사의 틀이 70%는 넘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공사가 마무리되면 1층 바닥에 철근 배근을 하고, 콘크리트 타설 준비를 하게 됩니다. 현장에는 설비, 전기, 철근 식구들이 모여 공사 중에 서로의 일 때문에 간섭받는 것은 없는지, 도면에서 조금 더 챙겨야 할 것은 없는지 현장 미팅으로 확인합니다. 연주 전에 악기를 조율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일해온 덕분에 눈치 대신, 농담과 웃음이 먼저 분위기를 잡아 줍니다. 무엇을 해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은 건축현장에도 잘 어울리는 표현일 것입니다.

집을 짓기 위한 설계도면이 디자이너의 손에서 현장에 건네지는 순간, 마치 바통을 건네 쥔 선수처럼 역할은 오롯이 현장 식구들의 몫이 됩니다. 작곡가의 악보가 1:1 소리로 만들어지기 위해선 서로의 몸짓만 봐도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들 있습니다.

김 소장은 “흙이 좀 모자랄 듯도 하고 딱 맞을 것 같기도 하고, 부족하면 마감 때 조금 더 준비해야겠어요”

평지에 지어지는 두 채의 집에 정원과 마당 정리까지 고려한다면 흙이 더 필요할 것 같아 보입니다. 딱 맞아떨어질 것처럼 계산을 하고 여기에 오랜 경험이 더해져도 현장에선 늘 가감의 온도가 따라붙습니다.

“이번 가을에만 목자재 값이 30% 올랐어요. 미리 자재를 받아놓기는 했지만 인건비와 자재값이 계속 상승하니 부담이 되네요.” 경기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무값이 또 오른다는 이야기에 내년 공사도 걱정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공사비 상승의 직접적인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잘한다고 해도 주변 조건이 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도 좋은 장소와 편안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처음 마음은 변함 없습니다.

건축가라는 직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내뿜는 온도를 유지시켜야만 따뜻한 장소가 만들어질 수 있기에, 서로의 역할이 상대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손발을 맞추고 있습니다. 허소장이 했던 이야기가 생각 나눈군요. “건축가는 관계를 이어주는 사람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관계 속에 오늘 하루를 시작하시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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