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선생님의 가방>에서 주인공 쓰키코와 고지마의 대화중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 친구들은 어떤 집에 사는지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상사와 결혼해서 3층짜리 ‘투바이 포’에 산다고 하더라” 투 바이 포는 두께 2인치, 너비 4인치의 나무로 벽과 지붕틀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자기들보다 안정적이고, 좋은 집에 살고 있다는 분위기가 읽히는 것을 보면 서양식 목조주택이 예전에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나 봅니다.
2017년 포항 지진 이후 주택의 구조 기준이 강화되어 지금은 ‘투 바이 식스’ 주택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성사동은 콘크리트로 벽을 세우고 지붕틀은 ‘투 바이 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부재 하나 하나를 자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경사진 부분의 각도를 계산하고 이음매를 맞추는 작업부터는 속도가 더디어집니다. 더디다는 뜻을 다르게 해석하면 디테일이 많고, 손이 더 간다는 표현으로 이해해도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목수들도 더 많이 몸을 숙이고, 깊이가 있는 곳까지 손을 뻗어 작업을 해야합니다.
지붕틀이 세워지면 바람과 틀어짐에 저항할 수 있는 나무합판을 붙이고, 그 위에 방수 기능이 있는 재료를 이용해 바탕재를 덮습니다. 콘크리트 건물은 그 자체로서 구조와 외벽, 방수 성능을 가지고 있지만 나무틀은 각각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재료를 연속해서 덧 붙여야만 기능에 충실한 집이 될 수 있습니다. 나무도마에 양파를 올려놓고 동심원이 되도록 뿌리와 꼭지 사이를 이등분하면 여러 개의 층을 볼 수 있습니다. 집도 땅에서 1미터 높이를 수평으로 자르면 양파처럼 여러 개의 층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이중에 한 가지 층이라도 소홀히 한다면 비와 바람, 한파에 강한 집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시 양파를 두고 설명하면 양파의 중간중간에 얇은 내막이 있습니다. 통기성이 있고 수분을 관리하고 방수 성능이 있는 살아있는 내막입니다. 집도 외벽과 지붕에 통기 성능을 갖춘 질긴 내막을 설치하게 됩니다. 양파의 내막이 투명하다면 집에 쓰이는 방수층은 종이 같은 질감의 질긴 부직포처럼 보입니다. 방수층 설치를 마치고 이제 외벽과 지붕의 마감공사, 창호 공사를 연이어서 하게 됩니다. 비나 눈이 와도 끄덕 없으니 내부공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도착하면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분명해진 것입니다.
형태를 갖추는 골조공사는 뼈대만 세우는 일이기에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어 보입니다. 하지만 틀이 완성되고 외벽의 형태가 드러나면 이제부터는 안과 밖을 동시에 작업하면서 한 땀 한 땀 바늘로 실을 꿰어 원하는 모양의 옷을 만들어 내듯이 작업자들의 손은 더뎌집니다. 옷을 만든다면 바늘과 가위, 천이 쓰일 테지만 집을 만드는 동안 바늘은 소용이 없습니다. 바늘 대신 못이 쓰이고, 가위 역할에는 톱을 쓰고, 천조각 대신에 나무와 석고판, 종이, 유리, 돌 같은 재료가 제자리에 쓰이게 됩니다. 공장에서 나오는 옷과 핸드메이드 옷에 차이점이 있는 것처럼 집도 누가 어떤 마음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같은 재료에 같은 디자인도 전혀 다른 집이 나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에 살아도 살림살이의 모습이 다릅니다. 이처럼 건축가들의 손으로 한 곳 한 곳 수를 놓듯이 짓는 집은 아파트에는 없을 수도 있는 마음과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부지런히 일하는 현장 식구들에게 “손이 많이 가서 고생이죠. 좀 더 간결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라며 애매한 소리를 합니다. 저의 이런 말에 이목수님이 씩 웃으며 “방법이 없지 뭐, 이렇게 한 장 한 장 하는 게 방법이에요” 한 번에 하나씩이라는 말 있잖아요. 집 짓는 곳에 마음이 떠나면 집다운 집이 나올 수 없는 이치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들은 마음이 지은 집에 살고 있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