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서 있을 집을 위해

곤드레 나물밥

by 빵굽는 건축가

“서재에 누구 계세요?”

카톡으로 준서네 엄마가 불 켜진 사무실에 누가 있는지 확인을 하는군요.

“김 소장하고 저하고 있어요”


“곤드레나물밥을 했는데 저녁 도시락 싸서 가져다 드릴까요?”

조금 후에 슴슴하게 직접 지은 곤드레 나물밥을 도시락에 넣어 2층 조합 사무실에 가져온 준서 엄마는 인심 좋고, 이쁘고, 손맛도 좋은 이 동네 아줌마이자 학교 선생님, 그리고 3년 전 우리들의 건축주입니다. 내년 2월에 입주할 승현이네와 황 선생님 댁 앞집 이웃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가족들과 정원을 가꾸어 살며 종종 건축가들의 간식과 반찬, 밥도 챙겨주는 정겨운 이웃이 되어있습니다. 우리들이 일하는 사무실 이름은 ‘서재’라고 부릅니다. 건축조합 사무실이 마을 안에 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과는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차도 마시고 와인셀러에 있는 포도주도 마시는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식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지요. 준서 엄마가 가져다준 정성이 스민 곤드레 나물 도시락을 받고 나니 가슴이 따스해지네요.

오늘 승현이네와 황 선생님 댁은 기초 철근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기초는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에 모래땅에 집을 짓더라도 땅속 깊숙이 기초를 넣어 공사를 하면 100년을 내다본 집이 될 수 있습니다. 먼길 떠나는데 어울리는 신발이 있듯이 집의 규모와 디자인, 땅의 조건에 맞는 기초 형식이 있습니다.

승현이네와 황 선생님 댁은 ‘줄기초’로 동절기에 땅이 얼지 않는 깊이까지(동결심도) 기초를 내리고 철근을 설치하고, 형틀(콘크리트를 담아내는 박스)을 설치하고 나면 콘크리트 공사를 위한 준비도 마치게 됩니다. 오늘 작업은 철근 설치까지 입니다. 내일은 형틀(거푸집 틀) 작업이 시작되겠지요.

바위가 많은 지역에서는 바위를 기초 삼아 집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기둥과 보를 나무로 다듬고 집을 짓는 한옥은 커다란 주춧돌 위에 집에 올려놓아 땅이 움직이는 경우에도 기초가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비하자면 오늘 우리들이 만드는 집은 신발을 땅에 꼭 붙들어 매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이 없도록 하는 형식입니다.

철근 작업이 깔끔하게 진행되고 있어 내일 형틀작업도 예정된 일정에 맞추어 무난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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