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법의 건축가'라면

by 빵굽는 건축가

이메일 한 편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메일 내용은 내년 3월에 건축을 시작하기로 했고,

땅을 소개해준 분과 함께 지역에 소재한 건축사무소에 다녀왔는데, 전원주택은 아파트 구조가 가장 합리적이니 신경 쓰지 말고 집을 지으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쉽고 저렴한 설계를 위해 어쩔 수 없기는 한데 기성복 같아서 조금 그렇다는 표현도 남겼습니다. 아울러 온실을 꼭 하고 싶은데 어떤 위치가 좋을지 바닥은 마루와 타일 중에 무엇이 좋을지, 온실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보내주셨습니다.

인연이 있는 분도 아니고,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들이 담긴 이메일이기에 가볍게 답변을 남겼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기성복이 나쁘고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살면서 자기의 집으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해요 ^^ 채식주의자에게 고기를 권하는 일만 아니라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벌은 자기만의 고유한 집이 있고, 개미도 그렇고, 새와 뭇 생명들도 자신들만의 생명을 품는 그런 집을 짓는 것처럼 선생님도 '자기만의 집'을 만들면 그 과정이 즐겁고 행복한 치유의 장소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집들이 해외에도 국내에도 많은 사례가 있답니다.

아마도 선생님 부부에게는 마지막 집이 될 수도 있어서요. 작더라도 손에 잡히고 따뜻한 두 분 만의 장소가 되도록 하면 집을 짓고 사는 시간들도 의미가 있을 것 같네요.

기성복, 맞춤복, 아파트 평면, 특별한 설계라는 표현보다는 나를 위한 장소에 중심을 두고, 남편에게 주고 싶은 선물, 나에게 주고 싶은 선물 같은 장소를 만들어 보세요. ^^

온실은 쓸모가 아주 많답니다. 어떤 재료라도 신을 신고 쓰셔도 되고, 벗어도 되는데 그것은 지금 결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살면서 두 분의 생활에 맞는 방법으로 그때 가서 결정하셔도 늦지 않아요.

밝은 계절입니다. 건강 살피시고 두 분의 집이 소박하고, 따뜻해서 평온한 집이 되기를 기원드릴게요. ^^”


저의 답장이 도움을 요청한 분에게 조금이나마 선택의 기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분에게 저는 어떤 존재일까요? 건축가의 재능 중에 마법이 추가된다면 어떨까요? 신비하고 생각만 해도 즐거울 것 같은 그 힘을 집 짓는 일에 사용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쓸만한 건물도 한 번에 만들어지고, ‘가장 아름답고 멋지고, 상당히 좋은’ 이런 수식어가 붙은 주문을 막 외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건축가를 찾아가 이렇게 이야기하겠지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집으로 바꾸어 주세요”

집주인을 위한 생활하는 집이 디자인되고 만들어지면 마법사 같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는 해도 원하는 건물을 ‘스윽’하고 나타났다 사라지게 하는 재주는 없습니다. 건축가들은 긴 호흡으로 영화의 장면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듯 단계를 밟고 꾸준히 일을 하는 재능만 부여받았습니다.


즐겨보던 ‘The worst of Witch’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캐클 마법사 학교’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담은 내용입니다. 초등생 딸아이와 드라마를 함께 보며, 빗자루를 타고 나는 마녀들을 흉내내기도 하고, 무너졌던 학교가 단 한 번의 주문으로 다시 만들어지는 장면에 정신이 팔리기도 했었지요.

매일 일어나는 새로운 사건과 마법의 쓰임을 보면서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간단한 마법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커다랗고, 위험한, 그중에서도 소중한 마법은 마녀들 모두가 힘을 합해 주문을 외우고 진심으로 마음을 모아야만 커다란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가들도 마녀나 마법사처럼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힘을 합하면 기억에 남는 건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건축가들도 마법사가 될 수 있겠지요?


아일랜드의 정원사 ‘메리 레이놀즈’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은 의외로 쉬운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마법이란 의도와 감정으로 만들어진 산물이라는 사실만 알면 된다. 당신의 생각, 감정, 의식은 에너지를 형성한다.”라며 용기를 불러일으킵니다. 저도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려준 셈이지요. 메리의 말을 믿고 사람들의 마음이 쉴 수 있는 생명의 장소를 만들어 가는 재능을 끊임없이 다듬어 간다면 저도 어느새 마법사가 되어있겠지요. 물론 빗자루에 함께 타고 다닐 검은 고양이도 있을 것이고요.


승현이네와 황선생 집도 마법처럼 기초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착공식 날 주문을 외웠거든요. “천지신명이시여, 집을 짓는 기간 내내 청명한 일기 속에 우리 건축가들이 화합하여 집을 짓도록 이끌어 주소서” 그랬더니 벌써 1층 바닥 공사가 다 되었네요. 이제 다음 주문을 외울 차례입니다.

이 좋은 계절에 마법사처럼 높이, 빗자루를 타고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하늘은 푸르고 들은 노랗게 물들어 있습니다.

(2020년 10월 )


윤상원 골조 토대.jpg 저기 구름속에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법의 건축가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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