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을 때는 8자 춤을 춥시다.

by 빵굽는 건축가

집을 짓고 살아본 사람들, 집주인의 눈높이에서 생활을 바라보는 건축가들은 "집을 짓는 일은 마음을 짓는 일, 관계를 짓는 일과 무관하지 않습니다."라고 그들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소박한 건축가의 집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글로 써낸 미국의 건축가 '사라 수산카 (Sarah Susanka)'의 <마음이 사는 집>에서도 그는 '마음'과 '관계' 이 두 글자가 집과 생활 속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려고 합니다.


"집을 지으면 10년은 늙는 다고 하던데, 내 친구는 집 짓고 병이 났다고 하는데"라는 풍문처럼 마음이 상하고, 관계가 틀어지면 크고 비싼 집이 지어졌다고 해도 집에 대한 기억은 오랜 시간 유쾌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에 조금 작은집이라 해도 과정과 관계가 원만하다면 행복한 집이 될 것입니다.


2030 세대가 부지런히 저축을 해서 집을 장만하는 데까지 10년에서 최대 18년이 걸린다고 하는 시대에 집을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제가 만나는 건축주들의 나이는 비교적 젊은 3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다양합니다.

40대 중반의 스머프네는 공사를 앞두고 고민이 생겼습니다. 집을 짓기 위해 준비해둔 비용이 부족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10년 지기 이웃, 세집이 함께 땅을 사서 같이 공사하고, 내년 여름 전에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관할 구청의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공사비를 조정하고, 공사계약서에 도장까지 찍고 싶은데, 준비한 돈이 부족해서 한숨이 나온다고 연락을 주었습니다. 이럴 때 저의 속내가 실린 의견까지 더해지면,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것은 물론,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어느 한쪽은 꼭 섭섭함이 생기더군요. 감정까지 상하는 경우를 몇 번 당해 봤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저의 해결 방안은 어느 쪽으로 치우 지지 않는 균형입니다.


성사동 식구들이 함께 모여 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모양의 테이블에 앉아 있는지도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루빨리 공사를 해야 하는 현장 책임자의 입장에서는 조급함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자재값도 문제지만 공사를 위해 구성한 일꾼들의 거처도 애매해지기 때문에 빨리 공사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건축주 입장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감당하기 어려운 예산이 확인된 상황에서 공사계약을 선듯할 수도 없습니다.


건축가의 위치를 떠나서 우리 집을 먼저 지어본 경험자로서 스머프네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해결하는 방향에서 시공 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이점을 확인은 하되 작은 것에 빠져 이야기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대화를 다시 하도록 권했습니다.

내가 가진 비용의 범위가 얼마인지 확인하고,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2~3년 안에 모두 갚을 수 있는 만큼만 예산을 쓰도록 하고, 집 짓는 중에 누구나 겪는 과정이니 ‘나만 왜 이렇지’라고 자책하거나 마음이 물러나지 않도록 의견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스머프네 집을 짓는 이유와 집의 중심에 대해서 돌아보면 좋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스머프네는 공사비를 조정하면서 잘게 구획된 방을 일부 합치고, 사용빈도가 작은 문 몇 개는 커튼으로 하면서, 집 전체가 소통이 되는 장소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보여주고 싶거나, 비싼 집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집’을 만들어 보자는 출발선을 다시 확인하고, 책이나 방송에 나오는 집은 우리 집이 아니고 참고만 하는 ‘그들만의 집’이란 것도 알아간다고 하더군요.


꿀벌은 새끼 여왕벌이 태어나고, 개체수가 확대되면 새로운 꿀벌의 집을 위해 몇 개조로 나뉘어 몇 주일 간 반경 수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집터 정찰대’를 운영합니다. 적절한 장소가 나타나면 ‘집터 정찰대’들은 그들만의 언어인 8자 춤을 추며, 새로운 장소에는 어떤 특징이 있고,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 서로가 서로를 설득합니다. 집을 짓는 과정에 참여하는 건축주와 시공자, 설계자도 8자 춤을 추며 각자의 역할이 무엇이고, 새로 짓는 집의 중심은 어디인지 어떻게 지어야 할지, 비용은 얼마나 필요한지 서로를 이해하고 상대를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사이에 비난이나 불신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의 언어가 조금 다를 뿐이니 세세한 것에 빠지지 않고, 꿀벌들의 ‘집터 정찰대’처럼 자기들의 역할을 충분히 하면 됩니다. 만장일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꿀벌들의 8자 춤은 만장일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왜 필요하고 어떻게 어울리는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8자 춤이라고 하니 집을 짓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소통의 기술’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건축가들의 작업실에 몇 권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국내에서 번역되지 않은 일본에서 출간된 건축책들입니다. 책만 보아도 뿌듯한 날입니다. 그중 한 권은 제가 즐겨보는 ‘나카무라 요시후미’ 선생의 <蕓術家のすまいぶり(예술가의 집)>입니다. 책이 오는 날은 왠지 책 속의 내용을 모두 얻은 것처럼, 곳간에 곡식이 가득 쌓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2019년 11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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