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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굽는 건축가 Nov 01. 2021

요술 할머니가 집을 바꾸어 준다면


내가 동시에 읽고 있는 책은 20권가량된다.
모든 책을 한 번에 한 권씩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책을 두고 매 순간 돌려가면서 책을 본다.
때로는 한 가지 책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다른 장소에 가면 다른 책이 눈에 뜨이면 그 책을 본다
책을 보는 나만의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 권의 책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

오늘도 아침 빵을 구우면서 틈틈이 나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자극하는 책들을 읽는다

빵을 굽는 날이면 빵에 대한 책을 찾아 읽고 밑줄을 그어서
내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한다.

2019년 10월 9일 휴일 아침이라 여유롭게 빵을 굽는다.
오늘 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밀싹즙 30그램, 앉은뱅이 통밀가루 260그램, 우리밀 통밀 50그램, 물 90%, 르방 120그램, 누룩 20그램 , 소금 5그램>이다

빵은 어젯밤 7시에 재료를 섞고 상온에서 자연발효시간을 1시간을 갖도록 하고 반죽은 5분 정도 했다.
수분이 90%다 보니 질기가 말이 아니다. 걸쭉하게 손 안으로 잡히는 감촉은 늘 설렘으로 가득하다.

반죽을 하면서 물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발효종을 과하게 넣은 것 같아˝ 하면서 나에게 주어지는 느낌과 일어나는 생각들을 즐긴다.

반죽을 마치고 이제는 냉장고 야채칸에서 12시간 숙성을 할 차례다. 숙성을 위해 야채칸에 넣는 순간이 되면 설렘은 이제 60 정도 되었다고 할까?

오늘 아침 일어나서 숙성된 재료를 보는 순간 ˝음 오늘 뭔가 나올 것 같아˝라며 주문 같지 않은 맘속 주문을 외우며 반죽에 오트밀을 넣고 모양을 잡는다.

수분이 많아서 진 반죽이 손에 감긴다. 수분이 70% 정도만 되어도 잡을 만한데 오늘은 90% 가까이 되다 보니 발효 속도가 빨라
마음이 급하다.
더 발효되기 전에 오븐에 구워야 한다.

수분이 많으면 모양을 잡는 일도 쉽지는 않다.

예열한 오븐에 빵을 넣고
이제 휴식시간이다.

230도에 15분, 190도에 23분 오늘은 어떤 빵이 나올까?

빵을 기다리면서 오늘 읽고 있는 책은 치유 혁명이다.
이 책 역시 2달 가까이 읽고 있는 책이다. 하루에 2~3페이지를 읽고 밑줄을 넣고 음미하고 궁금한 단어의 의미와 연관된 것을 찾아가면서 읽으면 앞으로 3달은 더 읽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3달 후면 10권 정도를 동시에 마무리하겠지

치유 혁명에 나오는 <완전히 새로운 진료신청서>라는 단락에서 몇 구절을 인용해보고 싶다.

˝무엇이 당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가? 자신에 대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만일 요술 할머니가 당신의 인생에서 한 가지를 바꾸어 준다면 무엇을 원하겠는가?˝

건축가인 내게
치유 혁명에 나오는 ‘새로운 진료신청서‘가 의미 있게 읽힌다. 나 역시 건축주들을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하고 싶은 이야기이고 듣고 싶은 사연이기 때문이다.

건축가가 새로운 진료 신청서를 건축적으로 각색하자면 이렇게 해보고 싶다.
˝당신으로 하여금 지금 사는 곳에서 벗어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할 만한 장소를 만든다면 어떤 장소일까요?.......
만일 요술 할머니가 당신의 집을 바꾸어 준다면 무엇을 이야기할래요?.....

난 요술 할머니를 만나면 뭐라고 부탁을 드릴까?
˝할머니 안녕하세요...
음 음 저는요
좋은 건축가로 오랫동안 사람들 곁에서 생활하는 행복한 장소를 만들고 싶어요

오늘 아침에 새로 구운 천연발효 밀싹 30 빵이에요
모양은 소박하지만 드실만할 거예요
할머니 제 바람도 들어주실 거죠? 

(2019년 10월 9일)


못생겼어도 애정이 가는 빵 온도조절도 못하고, 수분조절도 안된 빵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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