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비밀
수십 년 전의 일이다. 두 명의 여성이 남에게 결코 말해서는 안 될 부부간의 비밀을 나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다소 우발적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비밀 사이에는 어떤 유사성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비밀을 털어놓은 즉시 나를 떠났고 내가 전화를 걸어 “누구누구 씨 아닌가요?”라고 물었을 때 “아닙니다! 잘못 걸었어요.”라며 차갑게 잡아뗀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다른 한 명은 얼마 후 이혼을 했다.
처음에는 이것을 개인이 타인의 시선을 처리하는 두 가지 선택의 유형이었다고 믿었으나 얼마 뒤에는 전혀 다른 개연성들이 밀어닥치며 나를 괴롭혔다. 그중에 가장 쓰라렸던 것은 첫 번째 여성이 그 이야기를 했을 때 내가 리액션을 잘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자책감이었다. 나는 너무 놀랐고 놀란 티를 냄으로 해서 그녀가 자기 삶에 대해 긍정할 여지를 주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