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뱀딸기
저희 동네 공원에 사는 뱀딸기입니다.
세상은 공원의 풀들에게도 쓸모라는 잣대를 들이댑니다. 미리 설정된 것, 여기 살라고 허락된 것이 아닌 것들은 뽑혀나가고 맙니다.
뱀딸기는 공원의 비주류 식물입니다.
한 달 전쯤 대대적인 풀 뽑기 작업이 있었습니다.
마침 그 근처를 지나다가 막 꽃이 핀 뱀딸기가 위태로워 지키고 서 있다가 부탁했습니다.
"여기 오가는 사람들이 이 뱀딸기에 마음을 주며 지켜보고 있어요.
제발 뽑지 말아 주세요."
그 말이 먹혀서 지금껏 무사하고
이렇게 열매를 맺었습니다.
매일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요.
고향에서 뱀은 배암이라 불렸는데 뱀딸기는 그냥 뱀딸기였습니다. 어려서 뱀딸기는 뱀이나 먹는 것으로 사람이 먹으면 큰일 난다고 어른들이 가르쳐서 아예 그런 줄 알았는데 자료를 찾아봤더니 꼭 그렇지는 않더군요. 온갖 병에 좋은 약재이지만 적당량 이상을 먹으면 심각한 탈이 난다고 합니다. 옛사람들은 적당량의 측정을 어린아이에게 맡기기보다는 일단 먹지 마라, 먹으면 큰일 난다고 단단히 주의를 주는 것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뱀딸기에는 흰 거품이 뽀글거리며 올라와 있었는데 그게 무엇인지는 지금껏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떠들어댄 것처럼 정말 뱀이 딸기를 먹다 흘린 침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