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17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결국 '나'를 마주보는 일이다.
브랜딩의 시작은 ‘자기 객관화’다.
브랜딩의 핵심은 ‘자기다움’이다. 그런데 그 자기다움이란 것은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색깔, 나만의 말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아니다. 브랜드 네임이나 로고처럼 시각적으로 보이는 요소는 물론이고, 브랜드 철학과 가치처럼 보이지 않는 본질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래서 브랜딩은 ‘자기 객관화’라는 훈련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자기 객관화란 '진짜 나'와 '되고 싶은 나'를 구별하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가 방향을 잃는 이유는 이 구분을 하지 못하고 이상적인 모습에만 집착하거나, 반대로 현재에 안주하기 때문이다.
모든 전략은 정확한 목표 설정에서 시작된다. 목표 없는 실행은 방향 잃은 배와 같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진짜 나’가 무엇인지, ‘되고 싶은 나’가 어떤 모습인지 명확히 정의해야 전략이 설 수 있다. 그리고 이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 곧 브랜딩이다.
이 간극은 문제이자 기회다. 간극이 크다면 해결해야 할 것이 많다는 뜻이고, 좁다면 실행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다.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우선 문제를 ‘구체화’해야 한다. 추상적인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기 객관화는 브랜딩의 본질적인 출발점이다.
특히 브랜드는 ‘고객의 관점’에서 진짜 모습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본질과 고객이 느끼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다를 수 있다. 이 둘의 교집합이 클수록 브랜드의 자기다움은 객관화된 것이며, 브랜딩은 성공에 가까워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종종 ‘진짜 나’와 ‘되고 싶은 나’ 사이에서 고민한다. 예컨대, 인정받고 싶은 회사에서 오히려 무시당하거나, 열심히 해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을 때, ‘나는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강점, 경험, 태도를 객관적으로 되짚어봐야 한다.
예전에 일본어를 전공한 후배가 있었다. 그는 일본 문화 콘텐츠를 좋아해 전공까지 선택했지만, 졸업 후 갑자기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중국어도 모르고, 관련 경험도 없었다. 단지 시장이 크다는 이유였다. 누가 봐도 ‘진짜 나’와 ‘되고 싶은 나’의 간극이 컸다. 결국 주변의 설득으로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었지만, 자칫 큰 실패로 이어질 뻔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과학을 싫어하던 사람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나선 경우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지만 핵심 기술 인력도 없이 창업을 시도하려 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 현재의 자신과 도달하고 싶은 모습 사이의 간극을 직시하지 않으면, 브랜딩은 허상에 머문다.
‘두끼 떡볶이’ 김관훈 대표의 세바시 강연도 인상 깊었다. 평범한 회사원 ‘김 대리’에서 외식 브랜드 대표가 되기까지, 그가 이야기한 핵심은 “회장이라는 호칭이 나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떡볶이 동호회 회장이라는 역할을 통해 ‘진짜 나’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 경험이 자기 객관화의 계기가 되었다. 이 순간이 브랜딩의 전환점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브랜드든 사람이든, 자기 객관화는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 있다. 자신을 부정하거나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브랜드가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진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현실을 직시하는 브랜드만이 지속 가능한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실천을 위한 질문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는가?
나의 브랜드는 고객이 바라보는 이미지와 얼마나 일치하는가?
‘진짜 나’와 ‘되고 싶은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전략으로 연결하고 있는가?
브랜딩의 시작은 SNS나 광고가 아니다. ‘실력’과 ‘태도’, 그리고 ‘지속성’에서 만들어진다. 인맥보다 중요한 건 ‘가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고, 나의 첫 팬을 귀하게 여기는 일이다. 첫 팬은 브랜드의 마중물이다. 진정한 브랜딩은 그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