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19
브랜드를 고를 때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은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같은 옷을 입어도 어떤 브랜드를 입었는지가 중요하고, 어떤 커피를 마시느냐보다 ‘어디서’ 마셨느냐를 이야기한다. 브랜드는 더 이상 기능적인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라, 정체성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수잔 포니어 교수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사람처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와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브랜드를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인격체처럼 느끼는 순간, 브랜드와 소비자는 서로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 상호작용은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핵심 원천이 된다.
현대 사회에서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는 마치 사람과 사람의 관계처럼 형성된다. 우리는 브랜드에 대해 감정을 느끼고, 기대하며, 실망하거나 열광한다. 이 과정은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 분위기, 태도 같은 비가시적 요소들이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통화 품질이나 카메라 기능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브랜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어”라는 무의식적인 심리도 함께 작용한다. 브랜드는 단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상징하는 매개체가 된다.
우리가 특정 브랜드에 끌리는 이유는, 그 브랜드가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퍼스널 브랜딩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겹친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타인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행위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직접 말로만 전달할 수는 없다. 우리가 선택하는 브랜드, 사용하는 아이템, 소비하는 공간이 곧 우리 자신을 말없이 설명해주는 상징이 된다.
심리학자 러셀 벨크(Russell Belk)는 이러한 현상을 ‘자기 확장(Self-Extension)’이라 설명했다. 어린 아이들이 특정 인형이나 담요에 집착하듯, 어른들도 특정 브랜드와 강한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게 된다. 이는 단지 그 제품이 편리해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내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지갑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가? 돈보다 지갑 자체를 잃은 데서 더 큰 상실감을 느꼈다면, 그 지갑은 당신의 자기 확장 대상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브랜드는 소비자의 삶 속으로 들어와 그의 자아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가 된다. 퍼스널 브랜딩은 이 과정에서 브랜드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것을 포함한다.
브랜드는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의미는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탄생한다. 기업은 상징과 철학을 담아 브랜드를 만들고, 고객은 그 의미를 자기 경험으로 해석한다. 이후 반복된 사용을 통해 브랜드는 ‘신뢰’와 ‘일관성’을 얻게 되고, 이 모든 과정이 모여 브랜드 가치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브랜드 가치는 제품이 가진 기능적 효능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심리적 만족감, 사회적 인정, 정체성의 표현과 같은 상징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브랜드가 ‘내가 누구인지’를 대변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소비자는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한다.
광고에서 등장하는 모델의 이미지, 매장의 분위기, 패키지의 디자인, 직원의 태도까지 이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인격적 브랜드를 만들어낼 때, 소비자는 그 브랜드와 ‘사람처럼’ 관계를 맺는다.
브랜드는 점점 더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친한 친구처럼, 나를 이해해주고, 나를 표현해주는 동반자로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나와 잘 맞는’ 브랜드를 찾고, 그런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간다.
퍼스널 브랜딩이란 결국 자기다움을 찾는 여정이다. 그리고 브랜드는 그 여정에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자, 함께 걷는 파트너가 된다. 브랜드를 단순한 ‘소비 대상’이 아닌, ‘교감의 주체’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더 나은 브랜딩을 할 수 있고, 더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Q. 지금 당신은 어떤 브랜드와 함께하고 있나요? 그 브랜드는 당신의 어떤 면을 닮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