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31
최근 미국의 카페씬에서 말차는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말차 시장 규모는 2023년 43억 달러에서 2030년 7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평균 7.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레이버드 말차 세그먼트는 2024-2029년 기간 동안 약 6%의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주로 밀레니얼과 Z세대 소비자들이 새로운 변형과 맛을 실험하려는 성향이 강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National Coffee Data Trends 보고서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46%가 전날 커피를 마셨다고 답했는데, 이는 이전 보고서 대비 10% 증가한 수치입니다. 동시에 2024년 조사에서는 미국인 중 블랙커피를 선호하는 비율이 18%로, 2022년 대비 56% 감소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커피보다는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나 맛과 비주얼이 다채로운 음료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말차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이 기존의 대형 커피 체인보다 한인타운의 독립 카페를 찾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LA의 주요 미식 가이드 The Infatuation이 선정한 '최고의 말차 라떼' 리스트에는 Stagger Coffee, DAMO, Rōk Coffee and Tea, Yeems Coffee 등 한인타운의 카페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페는 이제 음료를 파는 장소가 아닙니다. MZ세대에게 카페는 자아를 표현하고, 나의 취향을 세상에 드러내는 공간이자 미디어입니다. 평균적으로 25세 Z세대 소비자의 미국 내 가구소득은 4만 달러로, 동일 연령대 베이비부머보다 50% 높습니다(정부 이전소득, 인플레이션, 세금 고려). 이들은 단순한 커피 한 잔보다는, 내가 무엇을 마시는지, 어디에서 마시는지, 그 경험이 내 정체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죠.
2023년 Technomic 연구에 따르면 Z세대 커피 소비자의 45%가 커피 음료의 커스터마이제이션 능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말차는 이 모든 기준을 충족시키는 아이템입니다. 전통적인 녹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크림, 코코넛, 토닉 등 다양한 재료와 결합되며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되고 있고, 여기에 감각적인 비주얼과 촬영하기 좋은 공간 연출까지 더해지면 그 자체로 하나의 '퍼스널 콘텐츠'가 됩니다.
말차 라떼 한 잔을 들고 있는 순간, 그 사람은 단지 음료를 소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Z세대는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제품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31%에 달합니다. 그는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 지나치게 달콤한 음료보다는 쌉쌀한 밸런스를 아는 사람, 익숙한 커피 대신 색다름을 탐색하는 감각적인 사람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말차를 고른다는 것은 그 자체로 브랜딩이자 퍼포먼스입니다.
"Z세대는 모든 것이 경험에 관한 것입니다. 새로운 맛이 무엇인지, 새로운 트렌드, 새로운 소셜미디어 스타 콜라보를 보는 것이죠"라고 커피 농업 및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커피 전문가 구스타보 세르나는 말합니다. 그는 또한 "새로운 세대는 커피 자체보다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인타운의 Stagger Coffee는 미니멀리스트 가구 쇼룸 같은 외관과 고르게 배치된 카넬레가 마치 설치 작품처럼 보이는 카페로, 세심함이 돋보이는 공간입니다. 이곳의 말차 라떼는 실키하고 부드러우며, 손으로 직접 휘저어 만들어 물티슈와 말차 수확지 정보가 적힌 작은 카드와 함께 트레이에 제공됩니다.
Stagger Coffee는 코리아타운에 위치하며, 독창적인 말차, 커피, 페이스트리로 유명합니다.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스트적이며 현대적인 장식으로 채워진 깔끔한 흰색 선반이 특징입니다. 또한 강력한 Wi-Fi로도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일하기 위해 찾는 인기 장소입니다.
이 카페들은 SNS 마케팅에서도 전략적으로 움직입니다. TikTok에서는 "한인타운의 더블 말차(말차 라떼 + 말차 크림 탑)가 정말 환상적이다! LA에서 톱3 픽이다! 한인타운에 이렇게 좋은 말차가 있다는 게 좋다"는 리뷰가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바이럴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단지 음료를 마시는 손님이 아니라, 브랜드 미학을 증폭시키는 공동 생산자가 되는 셈이죠.
카페는 이제 맛과 가격을 넘어서 '느낌'을 판매하는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음악, 조도, 향, 대기 시간, 심지어는 잔을 들고 나가는 길까지 포함한 총체적 경험으로 구성됩니다. 18-24세 연령층은 2024년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시장 수익의 32.4%를 차지하며, 이들은 독특한 경험과 고품질 제품을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타벅스는 익숙하지만 새롭지 않습니다. 반면, 한인타운의 감각적인 말차 카페는 '처음 경험하는 것 같은 새로움'으로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그리고 그 감각은 브랜드 충성도보다 더 강력한 '공유의 동기'를 만들어냅니다.
한때 스타벅스는 ‘제3의 공간(third place)’이라는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습니다. 집도 아니고 사무실도 아닌, 편안하면서도 생산적인 장소. 그 경험은 공간의 물리적 특성과 브랜드 일관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MZ세대에게 ‘경험’은 더 이상 물리적 공간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경험은 ‘업로드 가능한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가’, ‘남과 다른가’의 문제입니다. 장소보다는 콘텐츠, 분위기보다는 장면, 기능보다는 상징이 중요합니다. 카페에서 말차 라떼를 마시는 행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말차가 어떤 색을 띠는지, 어떤 글귀와 함께 찍히는지, 그리고 그 콘텐츠가 나의 온라인 정체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제3의 공간’은 더 이상 경험의 핵심이 아닙니다. 지금은 ‘콘텐츠’가 경험의 본질이 되었습니다. 경험은 집, 사무실, 카페처럼 고정된 좌표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연결 가능한 디지털 내러티브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말차 트렌드는 단지 새로운 재료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정의하는 ‘경험의 축’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는, 그 안에 새로운 경험의 문법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경험의 단위가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공간 중심의 브랜드 경험이 콘텐츠 중심의 브랜드 감각으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카페는 단순한 제3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포맷이자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제 브랜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어떤 공간을 만드는가? → 우리는 어떤 장면을 만들어주는가?
우리는 어떤 제품을 제공하는가? → 우리는 어떤 서사를 유도하는가?
우리는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가? →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함께 쓰는가?
말차 한 잔으로 시작된 변화는 작지만 강력합니다. 감각의 전환은 늘 그렇게, ‘익숙한 것 안의 낯섦’에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