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루틴은 브랜드다: 나를 설명하는 일상의 언어

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30

by TODD
“당신은 무엇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루틴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


요즘은 누가 무슨 루틴을 갖고 사는지가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유튜브에는 ‘모닝 루틴’, ‘퇴근 후 루틴’ 영상이 넘쳐나고, 인스타그램에는 ‘나이트 루틴’이나 ‘셀프케어 루틴’으로 태그된 게시물이 매일 업데이트됩니다.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루틴 자체가 자기표현의 수단이자 퍼스널 브랜딩 자산이 되는 시대입니다.


왜 지금 ‘루틴’인가?


루틴이 트렌드로 자리잡은 데에는 분명한 배경이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통제력을 상실했습니다. 직장, 일상, 건강, 인간관계까지 예측할 수 없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위한 도구로 ‘루틴’을 선택했습니다. 이 흐름은 단순한 습관이 아닌, 자기 정체성을 재구축하려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자기 브랜딩의 일환으로 확장시킨 세대가 바로 MZ세대입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갑니다”라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방식, 바로 루틴이 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습관의 힘: 루틴은 무의식적 브랜드다


듀크대학교 웬디 우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일상 활동의 약 40%가 거의 동일한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수행됩니다. 《습관의 힘(The Power of Habit)》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이런 습관이 '신고(Cue) → 행동(Routine) → 보상(Reward)'의 고리로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 즉, 하루하루 반복하는 루틴은 의식적 선택이라기보다 무의식적으로 나를 구성하는 핵심 기제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라, 일관된 반복(Consistent Repetition)에서 비롯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매일 반복하는 루틴이 이미 우리의 브랜드를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정체성 기반 루틴: 나는 이런 사람이다


『아토믹 해빗(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루틴이 만든 정체성을 따라 살아간다.”


그는 습관을 세우는 방식으로 ‘정체성 기반 접근(Identity-Based Habits)’을 제안합니다. 목표를 향한 행동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는 믿음에 걸맞은 루틴을 설계하는 것이 훨씬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면, 매일 아침 30분 글쓰기라는 루틴은 단지 생산성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고 유지하는 브랜딩 수단이 됩니다.


루틴은 정체성을 강화하고, 정체성은 다시 루틴을 강화합니다. 이 상호작용이 바로 브랜딩의 본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브랜드처럼 루틴을 ‘설계’하라


스탠퍼드대학 행동디자인연구소의 창립자 B.J. 포그(B.J. Fogg)는 습관은 “작고 쉬운 행동부터 시작할 때 지속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의 ‘Tiny Habits’ 이론은 다음을 강조합니다:


"성공적인 루틴은 동기나 의지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잘 설계된 환경과 트리거(신호)가 루틴을 만든다."


이는 브랜딩 전략과도 동일합니다. 강력한 브랜드는 결코 ‘의지’로만 유지되지 않습니다. 일관된 시스템과 반복 구조, 의도적인 경험 설계가 필요하죠.


퍼스널 루틴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만 강조하는 대신, ‘어떤 트리거를 설정하고, 어떤 공간과 시간에서 어떤 행동을 반복할 것인가’라는 설계적 관점이 필요합니다.


루틴은 곧 신뢰다: 행동이 말보다 앞선다


우리는 말보다 행동을 더 신뢰합니다. 그리고 행동보다 더 신뢰받는 것은 반복되는 행동, 즉 루틴입니다.

매일 6시에 일어나는 사람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매주 책을 읽는 사람은 성장에 대한 철학을,

꾸준히 기록하는 사람은 자기성찰의 태도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루틴은 나를 소개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메시지입니다. 브랜딩에서도 행동의 일관성(Consistency)이 신뢰를 형성하듯, 개인 루틴 또한 반복을 통해 ‘신뢰받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합니다.


나의 루틴을 점검하는 질문


브랜드가 리브랜딩을 하듯, 우리도 때때로 루틴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질문을 던져보세요:


나는 어떤 루틴을 반복하고 있는가?

그 루틴은 내가 추구하는 삶과 연결되는가?

내가 되고 싶은 사람과 지금의 루틴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는가?

내 루틴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루틴은 습관 그 이상입니다. 당신이 되고 싶은 사람의 형태를 미리 살아내는 방식이자, 브랜드로서의 ‘나’를 설계하는 전략입니다.


루틴, 작지만 위대한 브랜드 언어


루틴은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내일을 살아갈 나를 미리 표현하는 언어입니다. 당신이 매일 반복하는 행동은 결국 무의식의 브랜딩 도구가 됩니다.


“작은 행동을 반복하면 결국 큰 변화가 된다.”


이 문장은 더 이상 자기계발서 속 문구가 아닙니다. 그 반복은 곧 당신의 이름이자, 당신의 브랜드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말보다 강한 리더의 언어: 바디랭귀지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