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영원한 소년, 퍼스널 브랜딩이 되다

뻔한 일상, 나만의 브랜딩 42

by TODD

칼 융(Carl Gustav Jung)은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다양한 원형(archetype)을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영원한 소년(Puer Aeternus)’입니다. 라틴어로 ‘늙지 않는 소년’을 뜻하는 이 개념은 단순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청년적 심성, 자유에 대한 열망, 현실을 거부하고 싶어 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융 심리학에서 ‘영원한 소년’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다고 말합니다. 긍정적으로는 창의성, 호기심, 순수한 열정,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개방성을 상징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는 책임을 회피하고, 현실과의 불편한 마주침을 피하며, 성장해야 할 순간에 도망치는 미성숙함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심리학자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는 저서 『Puer Aeternus』에서 이를 “현실 세계와의 접촉을 두려워하는 영원한 청년의 그림자”라고 표현했습니다. 다소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자주 발견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일상 속의 영원한 소년


아마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큰 꿈을 꾸며 새로운 일을 시작했지만, 막상 현실 속에서 숫자를 맞추고, 보고서를 정리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할 때면 갑자기 의욕이 꺾이는 순간들 말입니다. 마음속에서는 “나는 크리에이터이고 비전 메이커야. 이런 사소한 일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라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작은 현실을 피하는 태도 때문에, 나의 브랜드는 허공에 머물러버리곤 합니다.


또 어떤 경우는 자유에 대한 갈망 속에서 드러납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인’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팔로워들은 예쁜 풍경보다 그 자유가 담고 있는 의미를 궁금해합니다. “그 자유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걸까?”라는 질문이 따라오기 때문이죠.


이렇듯 ‘영원한 소년’은 우리 안에서 늘 꿈꾸고, 도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고, 책임을 미루게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그 소년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에너지를 어떻게 현실과 연결할 것인가입니다.


퍼스널 브랜딩과의 연결


퍼스널 브랜딩은 결국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비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영원한 소년이 개입하면, 종종 개인의 정체성은 공허해집니다.


비전만 강조하다 실행을 미루는 사람, 자유만 추구하다 방향성을 잃는 사람. 이런 모습은 처음에는 반짝이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일관성과 신뢰 위에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영원한 소년을 없애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한 소년의 속성인 창의성과 열정은 브랜딩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소년의 자유와 어른의 책임을 함께 담아내는 일입니다. 즉, 꿈꾸는 마음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죠.


영원한 소년을 길들이는 작은 방법들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

퍼스널 브랜딩은 결국 현실에서 작동해야 합니다. 나의 이미지를 단순히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일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루틴 속에서 현실을 직시하는 힘이 쌓입니다. “오늘 내가 보여주고 싶은 정체성은 실제 행동으로도 증명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창의성과 책임의 균형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은 나를 빛나게 하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금세 연기처럼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디어를 현실에 안착시키는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나는 혁신적이다’라는 이미지가 진짜 브랜딩이 되려면, 그 혁신이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성장하는 서사 만들기

사람들은 완벽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보다, 성장하는 사람에게 더 공감합니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조금씩 성숙해지는 과정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 자산이 됩니다. 영원한 소년을 내 안에 두되, 그 소년이 성숙해 가는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는 것. 이것이 곧 퍼스널 브랜딩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의 소년과 어른


가끔은 현실이 버겁고, 가끔은 자유조차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두 감정 모두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영원한 소년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사실 지울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내 안의 소년과 어른을 동시에 안고 가는 일입니다. 소년의 열정과 호기심을 인정하면서도, 어른의 책임과 지속성을 함께 담아낼 때, 우리는 비로소 오래가는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을 무작정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장하는 사람, 실수하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 그 여정을 보여주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끌립니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이 보여주는 작은 흔들림, 불완전한 모습조차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칼 융이 말한 ‘영원한 소년’은 단순한 심리학 용어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부딪히는 선택의 순간에 드러나는 내적 목소리입니다. 책임을 피하고 싶을 때, 자유 속에서 길을 잃을 때, 바로 그 자리에 영원한 소년이 있습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그 소년을 억누르는 과정이 아니라, 그와 대화하는 과정입니다. 소년의 자유와 어른의 책임을 동시에 품어낼 때, 우리의 내면은 더 깊어지고 단단해집니다.


영원한 소년을 품고 살아가는 삶, 그것이야말로 브랜드로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 아닐까요?

당신 마음속의 영원한 소년은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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