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 맛 난다'는 말을 모르겠어요.
종종 사람들이 '살 맛 난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나는 도대체 '살 맛'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빌어먹을 인생에서 '살 맛 난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과연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나는 행복한 미소도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정말 그 사람은 행복해서 그런 미소를 짓는 것일까?
아니면, 행복한 척하기 위해서 그런 미소를 짓는 것일까?
친구와 웃으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당신은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당신은 왜 그렇게 웃을 수 있나요?'
언젠가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볼 용기가 있다면, 꼭 해보고 싶다.
나는 인생을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어떤 때는 누군가 나를 죽여줬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고,
손에 권총이라도 있으면 내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위에서 아래의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떨어질 것 같은 무서움을 느낄 때도 있고,
그저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에 취해 무작정 뛰어내리고 싶을 때도 있고,
자다가 눈이 떠지지 않았으면 하는 때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내가 오늘의 삶을 사는 이유는 딱 하나다.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이 너무 많다는 것.
책을 읽는 이유가 내가 사는 이유다.
현자인 척 하는 게 아니다.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이 그것 뿐이다.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게 아니라 그냥 읽고 싶다.
책을 통해 옅은 실처럼 사라질 것 같은 '살아가는 의지'를 붙잡고 싶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처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싶다.
책을 통해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다.
오직 그것만이 이 남루한 세상에서 내가 사는 이유다.
나는 사는 게 재미가 없다. 빌어먹을 정도로 정말 재미가 없다.
그래도 나는 이 세상과 연결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 블로그 포스팅
"그렇게 살면 행복하냐고 묻지 마세요." [링크]
"계단은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오는 게 더 무서워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