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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ul 07. 2015

만약 오늘이 그 날의 첫날이라면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만약 오늘이 나에게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얼마 전에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줄어들지 않을 것 같지만, 지금도 시시각각 나에게 남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면 과연...


나는 제일 먼저 내가 읽은 가장 재미있는 책을 다시 읽을 것이다.

내 책장에 꽂혀있는 재미있는 책과 기억에 남았던 책, 그리고 사랑했던 책들을.

나와 유일하게 끝까지 함께 한 책을 다 읽은 후 그 책들을 감사했던 사람에게 선물하고자 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누구에게 감사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엄마, 그래도 없지는 않았던 아빠, 늘 투닥투닥 싸웠던 남동생

유일하게 진짜 선생님이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선생님, 그리고... 그리고... 또 누가 있나?


어렴풋이 떠오르는 블로그를 통해 만났던 몇 사람들

게임을 통해 만나 언제나 나와 즐겁게 이야기를 해주었던 사람들

블로그를 통해 언제나 관심을 가져주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 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내가 한 번이라도 감사했던 사람인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 '저는 이제 곧 죽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이 책을 드립니다.'고 편지를 쓰는 거다.

오늘이 나에게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은 딱 그 일이 제일 먼저다.


그리고 나는 남은 시간은 아직 읽지 못한 책을 왕창 사서 읽고 싶다.

다음은 가지고 있는 적금과 청약을 모두 해제해서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싶다.

애니메이션의 성지 일본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예술의 본고장 유럽에서 그림을 그리고...


잠시 머리를 굴리면서 생각해보았지만, 겨우 이 정도다.

솔직한 마음은 사람을 죽여보고 싶기도 하고, 섹스를 마음껏 해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무의미한 짓보다 그냥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눈으로 보고 싶다.


결국, 나는 삶을 나도 모르게 즐기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하고 싶은 것을 바로 시작할 용기가 없어서 삶에 진절머리가 났던 것일까?

만약 오늘이 나에게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면... 하고 상상해보면 그냥 대충 이런 것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돈이 없어서 실천할 수 없다.'는 변명으로 미룰 수도 있지만,

한 번 감사의 편지를 붙여 책을 선물하는 것부터 해볼까?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심코 하늘만 쳐다볼 듯하다.

'나'라는 인간은 좋은 말은 하더라도 실천을 잘 하지 않는 못난 놈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 이렇게 '아,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구나' 하고 하늘에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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