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09) 블로그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을 죽는 것만큼 싫어했다. 많은 사람과 단체 활동을 해야 하는 학교 행사와 일상적인 여러 일은 나에게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사람에 대한 가진 감정은 불신, 공포, 경멸 등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대부분이라서 사람이 많은 곳은 제일 먼저 피했다.
그러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온라인상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조금씩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도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욕이 나올 것 같을 때도 많지만, 그런 자리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던 옛날과 비교하면 상당히 나아졌다.
처음 블로그를 운영할 때는 내가 블로그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다각도로 칭찬을 받거나 소통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을 기쁜 일이었지만, 당시 나에게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서 몇 시간이고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일은 어려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티엔엠미디어에 파트너 블로그로 들어가게 되고, 송년회 같은 모임 자리에 과감히 참석하게 되면서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온라인상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모임에 참석했고,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이후로 몇 번 더 블로거들이 모이는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내가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처음으로 스스로 의지로 사람들이 개최한 모임에 참석을 했었고, 당시 너무 긴장하기도 해서(사람들에 대한 잠재적 불안도 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다른 블로거와 직접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티엔엠미디어는 경영상의 문제로 지난 4월 30일에 문을 닫게 되었다. 티엔엠미디어를 통해서 전혀 알지도 못하고 지나칠 수 있었던 좋은 블로거들을 만났고, 티엔엠미디어에서 주최한 여러 행사를 통해서 쉽게 뵐 수 없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간담회를 가졌던 시간이다. 김해에서 KTX를 타고 간담회에 참석해서 취재를 하겠다는 열의 하나만으로 갔었는데, 그곳에서 응원을 해준 분들과 좋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 동부서주 움직이는 블로거의 모습은 인상 깊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라는 내 블로그는 자아도취에 빠지는 블로그가 아니라 더 노력하라 수 있는 블로그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해에서 가기 쉬운 부산에 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며 작은 문화 모임을 운영하는 정일이 형도 티엔엠미디어를 통해 알게 되었다.
TNM을 통한 사람들의 만남은 문턱을 넘어서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일에 힘을 넣어준 최초의 계기다. 그 이후 나는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고, 블로그 운영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 활동의 폭을 넓혀갈 수 있었다.
꾸준히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과 취재하고 싶은 사람이 꽤 많이 쌓였다. 코스프레 스파이럴 캣츠 팀은 부산에서 있던 한 행사를 통해서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기록하는 것은 또 하나의 목표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많은 책과 미디어를 통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생각을 글로 쓰는 것도 좋지만, 역시 각 분야에 있는 여러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그동안 방송과 기사를 통해 본 인터뷰가 아니라 나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각색해서 글로 적어보고 싶다. 굉장히 재밌지 않을까?
한때는 문턱을 넘어서 사람과 만나는 일이 굉장히 싫었던 나다. 지금도 마음속에는 '괜히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말자.', '또 이러다가 사람들에게 실수를 하고, 상처를 받아서 괴로워한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 더 많다.'는 생각이 교차하고 있지만, 그래도 작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
블로그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좋은 사람들의 기억은 내가 삶을 사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 이 걷는 걸음은 내가 걷고 싶어 내디딘 걸음이고, 온전히 바보 같은 꿈을 꾸면서 하고 싶은 일을 쫓는 걸음이다. 이 정도면 블로그는 나에게 기적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