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후 미우 Sep 12. 2016

글을 쓰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


 나는 내가 글을 좀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솔직히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지만, 주변에서 잘 쓴다고 칭찬을 해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나 스스로도 낮은 자존감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었다. 나도 한 가지 잘하는 게 있다는 사실과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사실 덕분에 조금 더 웃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글을 쓰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 내가 글을 너무 엉망으로 써서 지적을 받을 때가 그렇고, 오마이뉴스에 글을 송고했는데 정식 기사로 채택되지 않을 때가 그렇다. 이건 모두 사소한 이유다. 내가 정말 글을 쓰면서 부끄러울 때는 뉴스를 통해서 어떤 초등학생이, 어떤 중학생이 쓴 시나 글이 크게 칭찬을 받을 때다.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된 시골에 사는 중학생이 쓴 시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벌써 시집을 낼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었고, 다른 어떤 사람이 있어도 그 소박한 시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역시 타고난 재능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가슴 한편으로 들면서도, 저 중학생도 저렇게 잘 쓰는데 나는 이걸로 만족할 뻔한 사실에 부끄러움이 든다.


 나는 글이 절대 쉽게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가 2011년에 블로그에 발행한 글들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솔직한 글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생각한 바를 있는 그대로 말하고자 했다. 기술은 조금 부족해도 진심이 담겨있었다.


 우리가 쓰는 글은 우리 마음의 표현이라고 흔히 말한다. 결국, 좋은 글은 좋은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거다. 시골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학생이 쓴 글은 그 소박하고 좋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 까닭에 좋은 시를 적을 수 있었고, 사람들이 누구나 다 인정을 해주었다. 그 중학생은 그렇게 나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갔다.


 비교는 절대 좋지 않지만, 나는 그때 정말 부끄러웠다.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도대체 나는 뭘 했는지 낙심을 하기도 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사는 삶을 내 꿈으로 여긴 순간, 나는 언젠가 내가 쓴 글을 책으로 만들겠다는 더 큰 꿈을 품었다. 그 꿈을 실천하기 위해서 블로그 글을 전차잭으로 만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기술이 좋지 않을뿐더러 깊이가 없는 글은 책이 될 수 없었다. 무작정 책을 내고 싶다고 해서 책을 낼 수는 없었다. 책을 쓰기 위해서 글을 적으면며 절대 좋은 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몇 번의 시도를 통해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쓰고, 그 글을 매일 블로그에 기록하는 일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이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 글은 이야기와 표현이 풍부해진다고 한다. 시골에 사는 중학생이 쓴 시에서 저자가 본 풍경이 그려지는 것이 그렇다. 나 또한 절대 순탄한 삶을 살지 않았다. 학교 폭력도 겪었고, 가정 폭력도 겪었고, 재수를 했고, 훈련서를 갔다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드라마 같은 일을 겪었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쓰는 글의 장르가 다양한 이유는 그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삶을 살았다. 가장 최근에 적은 글인 <풀꽃도 꽃이다>를 읽고 글을 쓸 때는 내가 우리 교육에 느끼는 감정을 바탕으로 후기를 적었다. <옷장 속 인문학>을 읽고 글을 쓸 때는 나는 어떤 옷을 입는지 질문하며 글을 적었다.


 글에 100% 만족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잘 적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게 조금 문제인 걸까? 글을 적다 보면 괜히 욕심을 부릴 때가 있다. 더 좋은 글, 더 멋진 글을 적어야 한다는 욕심에 내 글이 나만의 특성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다시 읽다 보면 그런 글은 눈에 들어온다. 오늘 글은 나중에 또 어떻게 보일까?


 종종 글의 깊이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으면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아직 사랑이나 상실의 아픔은 겪어보지 못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글의 깊이가 부족한 걸까? 부산에서 문화 모임을 운영하는 정일이 형이 '연애는 그 나이 때 꼭 해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다.


 나는 아직도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어떤 일로 만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부담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지금도 무척 어렵다. 그탓에 대학에서도 친구 한 명, 친한 후배 한 명조차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연애를 해보라는 건, 수영도 못하는 데 바다에 뛰어든 꼴이다.


 어찌 내가 그런 무모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작 한번 해보면 바뀌는 게 있다고 말하지만, 좀처럼 발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살아가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중학생이 적은 시를 보면서 부끄러워하고, 연애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하고. 어떻게 보면 전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님에도 스스로 상처를 바보 같은 일인 거다.


 적어도 글을 쓸 때는 그런 부끄러움을 통해 나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바라는지 그대로 적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일은 나를 보는 일이며, 나를 말하는 일이니까.


 그 사실을 알고 있어도 초등학생이 적은 시, 중학생이 적은 시를 보면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하게 된다. 그 학생들을 남몰래 시기하거나 질투한 나 자신에게, 블로그에 6년 동안 글을 쓰면서 아직 책을 내지 못한 나 자신에게 말이다. 어쩌면 이 또한 글을 쓰면서 살아가기로 한 내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자 역경일지도 모른다.


 와우, 다르게 생각해보니 이런 고된 운명과 역경은 주인공의 길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제대로 내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에서 검사가 공부할 때 쓴 글귀에 "만약 지옥 길을 걷고 있다면, 계속해서 전진하라"는 말이 있다. 지랄 같은 말이지만, 어쩌면 인생은 그런 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나중에 읽고 부끄러워할 글을 적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오늘 이 글은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적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적었다. 여기에 브런치 북 프로젝트를 통해 혹시나 하는 욕심도 살짝 들어가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살겠다고 선언했으니, 이 정도 욕심은 품어도 되지 않을까? (웃음)







작가의 이전글 내가 글을 좀 쓰긴 쓰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