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나는 로또 복권을 사기 위해서 복권 집을 방문한다. 대체로 밖에 나갈 일이 없는 데 복권을 사기 위해서 나가기보다 우연히 나갈 일이 있으면 복권을 산다. 지금은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가는 날에 항상 복권을 사고 있다. 늘 같은 집을 가기 때문에 이제는 아주머니와 구면이 되었다.
만약 내가 복권 집에 가지 않는 날이 있다면, 그때는 당첨이 된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그 주의 복권을 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등에 당첨되어도 계속 매주 사는 복권은 계속 사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어림도 없는 망상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기껏해야 가끔 4등에 당첨되고, 운 좋으면 3등이었다.
복권을 사는 일은 돈 낭비라는 걸 머리는 알지만, 마음은 혹시나 해서 멈출 수가 없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를 끊는 일이 어려운 게 이런 걸까? 아니, 나는 복권 중독은 흡연 중독보다 훨씬 더 고차원 레벨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담배는 개인의 기호일 뿐이지만, 복권은 생존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생존. 언제가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복권은 거의 필수 불가결한 일이 되어버렸다. 복권 한 장에 삶을 건다는 뜻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지금 이 빌어먹을 엿 같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대박 한 번 터지는 것밖에 없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그 대박을 위해서 성실하게 복권을 산다.
복권은 서민들이 사고, 서민들이 복권을 사면서 나라에 내는 세금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서민은 복권이 없으면 힘들 지경인데, 나라는 그렇게 거둬들인 세금으로 헛물을 들이켠다. 정부의 모습에 답답한 서민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그래도 살아야지'라며 다시 복권 집으로 발을 옮긴다.
성실하게 복권을 사는 사람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구차하게 여러 좋은 변명을 들어 붙여보았지만, 역시 복권을 사는 이유는 '좀 편하게 먹고살기 위해서'일뿐이다. 돈 없으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 엿 같은 세상 속에서 두 다리 좀 쭉 뻗고, 여유 있게 살아가며 삶을 즐기고 싶을 뿐이다.
상상해보자. 복권 1등에 당첨이 된다면, 20대로서 불가능하다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가 있다. 20대의 공통 과제로 손꼽히는 취업 걱정도 없고, 돈이 없어서 신청하지 못하는 교환 학생을 갈 수도 있다. 그동안 비싸서 문턱도 넘보지 못한 유명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완전 최고다!
복권을 사는 사람은 커다란 욕심을 품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살맛이 나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오늘처럼 연휴 기간에도 일하지 않고, 남처럼 쉬면서 사람대접을 받고 싶을 뿐이다. 복권은 그런 사람들에게 덧없는 희망이자 꿈이고, 상상하는 즐거움 하나로 일주일을 견디게 해준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하자 이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도 생겼다. 바로, 당첨번호를 분석해서 준다는 로또 사이트의 등장이다. 우스갯소리로 이 사이트를 이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첨이 되었다는 말도 있지만,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는 너무 약하다.
매주 복권을 구매하시는 어머니도 확률이 높은 당첨 번호를 준다는 사이트에 가입을 해서 몇 번 번호를 받으셨다. 그러나 당연히 당첨은 되지 않고, 자꾸 돈을 버릴 뿐이라는 생각에 어머니는 그만두셨다. 지금은 다시 직접 복권 번호를 연구하여 복권을 수동으로 구매하신다. 심지어 절에 가시기도 한다!
나는 기도까지 하지 않지만, 복권을 구매한 후에는 무심하게 방치한다. 왠지 그렇게 해야 당첨 복권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걸 징크스라고 하는 걸까? 늘 하던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고, 괜히 행동 패턴이나 숫자 패턴을 바꾸면 될 법한 일도 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복권을 매주 열심히 사는 사람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그 이외에도 이상한 습관이 있다. 복권을 매주 사고 당첨번호를 확인할 때마다 '아, 왠지 저 번호가 끌렸는데!'라며 돼먹지 못한 생각을 하고, 가지고 있는 복권의 당첨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먼저 당첨 지역을 조회하는 두 가지 습관이다.
만약 당첨 지역에 내가 사는 김해가 있다면, 내가 복권을 산 복권방인지 확인한다. 이것 또한 없으면 '3등이라도 되었을까?'는 기대로 스마트폰으로 로또 복권의 QR 코드를 찍어서 확인한다. 뭐, 당연히 당첨되는 일이 없거나 당첨이 되어도 4~5등을 오고 갈 뿐이다. 도대체 당첨은 어떻게 되는 걸까?!
김해에서는 같은 집에서 2등이 무려 5명이나 나온 적이 있다. 조작이 아닌지 심히 의심이 되었지만, 그 사례는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복권 당첨자의 이야기를 종종 읽어보면서 '한 번호로 오랫동안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는데, 나는 3장의 복권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똑같이 사고 있다.
총 15,000원 치의 로또 복권은 때때로 5만 원이 되기도 하고, 만 원이 되기도 하고, 5천 원이 되기도 하고, 꽝이 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정말 한 끗 차이로 2등과 1등 번호에서 벗어날 때가 있어 아쉬움을 토하기도 한다. 똑같은 번호를 구매하는 데에도 이렇게 당첨과 낙첨을 오고 가는 게 재미있다. (웃음)
이번 주도 나는 피아노 레슨을 다녀오는 길에 복권 집에 들러서 같은 복권을 구매할 생각이다. 이 글을 쓰는 주에도 늘 똑같이 구매하는 복권에서 5등 한 개가 당첨되었다. 지난주에는 5등이 2개가 나왔었다. 아, 정말 5등만 걸리는 데 아니라 5천만 원, 15억 이렇게 나오는 2등 이상이 정말 걸리고 싶다!
글을 쓰며 살면서 욕심을 버리고자 하지만, 복권에 대한 욕심은 오늘도 그치지 않는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과 이 글을 쓰는 나에게 당첨의 행운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