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내가 주인공인 무대였을까
종종 내가 바람을 쐬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장소에는 작은 무대가 있다.
'애두름 마당'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무대는 시에서 시민들을 위한 무대를 만드는 자리다.
그곳을 지나가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만, 직접 관객석에 앉아 본 적은 없다.
태풍이 오고 난 이후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가득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무대를 바라보는 기분은 실로 묘했다.
단순히 우울하거나 공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조금 신비한 기분이었다.
나는 무대를 보면서 작은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모습
오래전에 보았던 뮤지컬, 내가 피아노로 가지고 연주회를 가지는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아무도 없는 무대를 바라보는 일은 상상을 부추겼다.
30분이 넘도록 가만히 앉아 무대를 바라보는 동안 조금의 지루함도 없었다.
인생이라는 무대 또한 우리는 여러 상상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무대인 걸까?
우리는 언제나 아무도 없는 그 상태로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를 부정하듯이, 텅 빈 공간에 억지로 무엇을 채우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상상력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작은 여유조차 사라진 무대에서 괴로워한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침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인생을 너무 지나치게 채우려고 하는 건 아닐까?
아무도 없는 무대를 바라보며 한 즐거운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부족함이 있어 가능하다.
오늘도 그곳에는 모두가 그리는 상상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다.
비록 현실에서 직접 내가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애니메이션 무대를 보지 못하지만
상상 속에서 나는 그 멋진 무대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고, 그 멋진 무대를 즐기는 관객이 된다.
나는 아무도 없는 무대를 바라보며 상상한다.
그리고 현실에 가득한 가능성을 쥐고자 손을 뻗는다.
비록 지금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언젠가 저 무대에 설 그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