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의도치 않게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아졌다. PPT를 만들어서 사람들 앞에 발표하는 경험은 처음에 굉장히 낯설었지만, 몇 번 반복을 하면서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발표를 할 때마다 사뭇 사람들의 반응이 없어 '어라? 내 이야기가 재미없었나? 내 이야기가 부족했나?'라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한국 학생은 유명인사가 아닌 이상 리액션이 없기로 유명하고, 질문을 받는 시간에도 아주 극소수가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런가 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지만, 대학교 때도 혼자 수업 내용을 구구절절 말씀하시는 교수님도 계실 정도이니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다.
다행히 내가 발표하는 날은 아니었지만,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발표한 이후에 항상 싸움을 걸듯이 "왜 그 정도밖에 준비를 안 해요? 저는 엄청 기대를 했었는데, 이 정도만 다루는 건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조금만 찾아보더라도 더 많은 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라고 공개적으로 발표자의 내용을 지적하는 거다.
나는 그때마다 '혹시 발표자가 화를 내지 않을까?'라며 걱정했다. 대학생이나 되었기 때문에 쉽게 흥분해서 욕을 주고 받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또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창피를 주면 그것을 모면하고자 화를 내는 일이 잦다.
아니나 다를까, 그 사람에게 지적을 받은 사람은 가까스로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면서 "아, 제가 조금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해서 ~했어요."라고 말을 하는데, 그 심정이 십분 이해되어 조용히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이 조금 부족했다는 걸 본인이 자각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그림이 한 학기 같은 수업 동안 몇 번이나 반복하니 참 불편했다. 물론,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발표자에게 노력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단점을 지적하려면 마지막에는 그래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 한 마디 정도를 덧붙여야 앙금이 남지 않도록 해야 했다.
아쉽게도 항상 발표자를 지적하는 그 사람은 작은 배려를 갖지 못했고, 뚱한 얼굴로 실망스럽다며 발표자를 힐책하기 바빴다. 아무리 독설을 하는 게 발표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더라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꼭 그렇게 공개적으로 발표자를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어야 했을까?
다음에 그 발표자는 다시는 과제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기를 꺼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