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후 미우 Dec 30. 2017

내 목소리

요즘 유튜브 방송이 대세라 나 또한 블로그 콘텐츠를 짧게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고자 마이크를 구매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의 외모와 목소리에 대한 자존감이 너무나 낮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도저히 모습이 비치는 영상으로 찍을 용기는 나지 않아 목소리만 담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마이크를 통해 들은 내 목소리는 심각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 덕분에 어느 정도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내 목소리를 들으니 나는 나 자신에게 도저히 자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남과 비교하는 일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 비교를 했다.

더욱이 혀가 짧아 발음이 분명하지 않기도 한 탓에 녹음한 파일을 듣는 일은 자학을 하는 듯 했다.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구매 확정을 누른 탓에 마이크는 반품이 불가능하고, 블로그 독자와 약속을 했기 때문에 녹음을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나 스스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 엉망인 목소리로 녹음을 할 것인지, 아니면, 목소리가 개차반이라는 이유로 사과의 말을 전하며 녹음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다.


조금씩 내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약간 익숙해지기도 했지만,

틈틈이 새는 발음과 혀가 짧은 데다가 내가 가진 특유의 낮은 목소리는 너무나 비참했다.

이런 목소리로 녹음을 해서 파일을 올리면 100%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바깥에 내 목소리와 외모를 내는 일이 적어 나는 나 자신에게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긴 시간 망설인 끝에 나는 내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사진과 함께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 사람들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어떤 부분은 냉정하게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셨다.

녹음 파일을 듣는 동안 생각한 발음 교정의 필요성은 앞으로 녹음을 반복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래도 도망치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나는 내 목소리와 마주할 수 있게 된 점은 다행이다. (웃음)


유튜브에 올린 파일은 누군가 벌써 '비추천'을 눌렀는데, 나조차 내 목소리에 '비추천'을 누르고 싶을 정도라 딱히 화가 나거나 굉장히 비참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마음 한켠에 내심 울컥하는 목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자만을 하는 일은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비추천' 하나가 지금의 내가 가진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추천' 하나를 목표로 해보고 싶다. (웃음)

매거진의 이전글 꼭 그래야만 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