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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ul 07. 2018

단골집

만약 자주 가던 단골집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 가게 된 단골집이 기존 단골집과 떨어져 있으면 다행인데, 요즘 내가 가는 돈까스 가게는 원래 다니던 강정 가게와 대각선으로 약 3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매번 돈까스 가게에 돈까스를 사러 갈 때마다 강정 가게의 사장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자 애써 가게에서 시선을 회피하며 걸어간다.


강정 가게의 현 사장님은 원래 가게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여학생으로, 부모님의 허락과 지원을 받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가게를 인수했다.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여학생의 실천력에 반하기도 했다. 나라면 과감히 ‘난 이걸 하고 싶어.’라며 부모님께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게 아니라 치킨집을 하겠다니. 흔한 말로 대학 졸업을 하고 나서 일을 하다가 은퇴를 하면 치킨집으로 가게 된다는 말이 인터넷을 떠돈 적도 있지만, 이렇게 확실히 자신의 진로를 결정한 게 대단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그 강정 가게의 단골로 지내고 있었다.


단골이라 주문할 때마다 “조금 더 넣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사는 이야기도 조금씩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자주 가서 강정을 사 먹지 못하는 게 껄끄럽다. 갑작스레 통장 사정이 나빠지지 않았으면 발길이 뜸해지지 않았을 텐데……. 참,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새로 생긴 돈까스 가게는 돈까스 한 장이 기본 2천 원밖에 하지 않는다. 더욱이 주문을 받고 나서야 튀겨서 주는 돈까스를 곧바로 집으로 가져가 밥과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어 한끼 식사에 2천 원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통장 사정이 좋지 않은 나는 돈까스 가게가 단골 가게가 되어버린 거다.


요 며칠 전에도 시장에 어머니와 함께 갔다가 돈까스를 사서 왔는데, 여차저차 눈을 돌리다 강정 가게의 사장님과 눈을 마주쳤었다. 물론, 한창 바쁘셔서 몰랐을 수도 있고, 금방 잊었을 수도 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다음에는 반대로 길로 가거나 강정 ‘중’자라도 하나 사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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