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평소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막상 여행을 간다고 생각하면 막막하다.
방송을 통해서 본 스위스에 가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유럽의 발자취를 걷고 싶기도 하고
뉴욕으로 날아가서 물가가 비싼 그 도시는 어떤 삶이 그려지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파리로 날아가서 프랑스의 맛있는 크로와상을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건 모두 하나의 욕심에 불과하다.
방송으로 보았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거나 저 연예인처럼 다녀보고 싶은 거다.
막상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가서 뭐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망설이게 된다.
나는 올해도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대학에서 전공한 일본어를 가지고 덕질을 할 수 있는 일본도 좋았고
방송을 통해서 본 스페인의 가라치코의 거리도 한번 걸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돈이 허락하는 곳은 일본뿐이었고,
막상 일본에 가려고 하니 '딱히 할 게 없다. 쇼핑 말고 뭐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일본 계획은 카메라가 고장 나고 수리 비용으로 쓰느라 아예 삭제를 해버렸다.
우리가 막연히 어디론가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는
정말 거기에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 거다.
막상 떠나보면 '지금, 여기'가 가장 나와 맞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한다.
만약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나는 지금 어디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