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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Sep 25. 2018

추석

만약 추석 같은 명절이 없다면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모두가 반갑게 맞이하는 듯이 보이는 추석이지만, 추석이 괴로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어떤 사람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이제 추석을 없애야 한다는 청원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현재 '추석'과 관련된 국민청원은 약 912건에 해당한다. 추석 명절을 맞아 실시하는 지하철 연장 운행 반대부터 시작해서 추석이 괴롭다는 의견까지 더해 추석 때 쉬지 못하는 사람들을 쉬게 해달라는 의견까지. 어릴 때는 그저 친척들이 모이는 날이라고 생각한 추석은 모두에게 같은 날이 아니라 서로 다른 날이었던 거다.

나는 어릴 때부터 추석 같은 명절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추석 같은 명절 때만 되면 집안의 공기를 무겁게 하다못해 숨이 막히게 하는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종일 보내야 했고, 매번 시골집에 갈 때마다 지나치게 싸우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아야 했다. 더욱이 친척들끼리 만나더라도 서로 친하지 않고, 돈 문제로 싸우거나 마치 '오늘 같은 명절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지내는 것 같아 너무나 불편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추석이 다가오면 나는 그 기간은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다. 시골에 가자고 해도 시골에 가지 않고, 방문을 굳게 닫은 채로 책을 읽거나 온라인 게임만 하고 싶었다. 답답해서 숨 쉬는 것도 어려운 집에서 지내는 일이 너무 괴로워 차단이 필요했다. 차라리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 가지 않고 쉬는 건 너무 좋았지만, 차라리 그 싫은 학교에 가는 게 나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명절에 보내는 나날은 목을 매고 자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다행히 지금은 부모님이 이혼하셨기 때문에 명절을 맞아 시골집에 가거나 친척들끼리 모이는 횟수가 줄었다. 그때보다 어른이 된 나는 조금 더 융통성 있게 명절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시골에 내려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보낸다고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지만, 집에서 보내는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난 지금은 대학 수업을 따라가느라 하지 못한 밀린 일을 처리하며 자유롭게 보내고 있다.

나는 하하호호 웃으며 모두가 행복하게 보내는 명절을 보낸 적이 없다. 어릴 적에 보낸 명절은 모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며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한 어린 시절이 쌓인 탓인지 성인이 된 지금도 명절은 썩 달갑지가 않다. 친인척이 모두 모이는 날은 가슴 한구석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답답함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숨이 막히는 듯이 괴로운 고통은 가슴을 찌르듯 했다.

만약 추석 같은 명절이 없다면, 나처럼 추석 같은 명절이 너무나 괴로운 사람들의 삶은 나아질 수 있을까?

명절을 보낸 이후에 이혼율은 급격히 상승한다는 통계가 있다. 그 정도로 가족 파괴를 부추기는 명절이라면,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명절이 없다면, 의무적으로 노부모님을 찾는 게 아니라 정말 걱정이 되어 연락하거나 노부모님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날지도 모른다. 명절은 평소 노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 죄책감을 더는 날로 활용하며 고속도로를 마비시키고, 오랜 시간 같이 지내는 탓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크게 싸우기도 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명절 탓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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