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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Sep 21. 2018

공동체 생활

만약 당신이 아파트 같은 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인간이 가진 몰상식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눈으로 볼 수 있다.

모두가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좋겠지만, 아파트처럼 많은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생활 공간에서는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입구를 차로 막아놓는 사람부터 시작해, 한때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된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갑질 사건, 층간 소음으로 이웃을 살해하는 사건 등 우리 일상 속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을 드라마 같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얼마 전에 분리수거를 하는 날에 쓰레기를 버리던 날에 경비실 아저씨와 한 아주머니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어떤 사람이 매번 음식물 쓰레기를 음식물 쓰레기 카드를 이용해 지정된 쓰레기통에 넣지 않고, 봉지째로 쓰레기장에 버려두고 간다는 거다. 쓰레기를 버리던 당시에 나도 냄새가 너무 심해서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음식물 쓰레기통이 똑바로 안 닫혔나?'라며 얼굴을 찌푸릴 정도였다. 음식물 쓰레기 봉지를 쓰레기통 옆에다 무단 투기한 탓에 심각할 정도로 썩은 냄새가 났던 거다. 경비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혀를 찼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비양심적이고 몰상식할 수가 있을까?

경비실 아저씨에 의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방치하는 것만 아니라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쓰레기도 그냥 봉지째로 무단투기를 하고 가는 사람이 있단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최소한의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일상생활에서는 얼마나 엉망진창인 모습으로 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때때로 우리의 상상과 달리 아주 우아한 척을 하면서 살 수도 있겠지만, 겉과 달리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는 사실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렇게 몰상식한 사람보다 상식적인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분리수거 쓰레기장에 적힌 규칙을 세세히 읽어보며 '어. 이거 안 되는 것 같다. 들고 가서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고, 아파트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분과 경비실 아저씨께 항상 인사를 하며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 덕분에 우리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세상이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비상식적인 사람이 늘어난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행동으로 인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걸 아무렇지 않게도 생각하는 사람들. 점점 품위를 잃어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면, 괜히 나도 모르게 고개가 떨구게 된다. 그런 어른들이 부모라면, 그 아이는 도대체 무엇을 배우며 자랄지 심히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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