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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Oct 19. 2018

결과 2

만약 어떤 일에 도전해서 나온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일단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실망하자.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지 못한 나에 대한 실망, 겨우 그 정도에서 만족했던 나에 대한 실망, 재능이 없는 나에 대한 실망, 어떤 실망도 좋다.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먼저 실망하는 일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다시 생각하자.

어떻게 하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지금의 나에 만족하지 않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재능을 보충할 실력을 기를 수 있을지.

열심히 생각한 다음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자. 우리가 겪은 실망은 그만큼 나 자신에게 기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만약 내가 자신의 기대를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해서 포기하면, 우리는 거기서 모든 가능성을 버리는 일이 된다. 실망해서 포기하는 대신, 개선점을 찾아 노력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지난 대학 4학년 마지막 여름 방학 동안 많은 공모전에 도전했다.

그렇게 도전한 공모전에서 돌아온 결과는 '비참하다.'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제대로 얻은 게 하나도 없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열린 작은 공모전에서는 지원하는 사람이 없었는지, 혹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운 좋게 '차하'라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실시된 공모전에서는 모조리 실패를 맛보았다. 그게 딱 지금의 내 수준이었다. 나는 좋은 의미로 내가 가진 한계를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가진 실력이 전국급이 아니라면, 전국급을 가진 사람들의 결과물을 살펴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고자 했다. 나를 제치고 수상한 사람들의 글을 하나씩 읽어보면서 도대체 얼마나 잘 썼는지 눈에 불을 켜고 알아보고자 했고, '공모전'이기에 가능한 수상작들이 가진 형식을 보면서 공모전에서 당선되기 위해서 어떤 스타일의 글이 필요한지 배우고자 했다. 장인의 기술은 원래 훔쳐서 자신의 색을 더하는 기술이라고 흔히 말한다.

모방은 나쁜 게 아니다. 있는 그대로 모방을 해서 "이건 내 거야!"라고 주장하면 나쁜 일이지만, 모방을 통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건 '창조'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은 자신의 저서 <에디톨로지>를 통해 "창조는 편집이다!"라고 말한다. 오늘날처럼 지식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필요한 건 그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편집해서 나만의 고유한 가치로 만들어낼 수 있는 지가 경쟁력이 된다. 어느 한 분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히 글을 쓰는 데에서도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읽고, 많은 글을 써보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게 경쟁력이다.

단순히 내가 쓰고 혼자 만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일단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 한두 번 실패했다고 낙담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얻은 사람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살펴보면서 나의 성장을 위한 뿌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분명히 다음 도전에서는 조금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괜히 지피기지면 백전백승이 아니다.

작년 한 공모전에서는 이 과정을 열심히 반복한 끝에 수상할 수 있었지만, 올해 여름은 미처 정보를 끌어모아 검토하는 일을 하지 못해 모조리 실패하고 말았다. 남은 건 이제 '실패'라는 결과 하나뿐.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실패라는 결과를 보며 낙담한 이후, 다시 시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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