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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Oct 26. 2018

공기청정기

만약 공기청정기가 없이 우리는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예전에는 공기청정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공기가 깨끗했다. 실내 공기가 답답해서 환기를 시키고 싶을 때는 그냥 창문을 활짝 열어두면 금방 신선한 공기가 들어왔다. 하지만 요즘은 실내 공기가 답답해서 창문을 열면, 오히려 더 퀴퀴한 공기가 들어오는 일이 잦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창문을 열어서 환기를 시키는 게 아니라 공기청정기를 작동해 공기를 환기하는 일이 흔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공기청정기는 유난히 오버하는 사람들, 혹은 있는 사람들의 기호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공기청정기는 기호품이 아니라 일상품이 되어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키우는 집은 항상 1대 정도의 공기청정기는 있어야 하고, 실내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회사 사무실에도 공기청정기는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리 잡았다.

만약 공기청정기가 없었다면, 우리는 늘 목에 가래가 맺히거나 속이 답답한 상태로 있어야 했을 거다. 과학의 기술이 발전한 덕분에 우리는 실내에 깨끗한 공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과학의 발전 때문에 우리는 공기를 정화하는 공기청정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과학은 우리 인류의 문명을 커다랗게 발전시켰지만, 과학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을 심각하게 파괴하며 인류가 살아갈 곳을 점점 빼앗고 있다. 지구의 폐로 불리는 아마존 밀림은 벌목과 전쟁을 치르고 있고, 지구의 온난화 지표가 되어버린 남극의 빙하는 해가 다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솔직히 이런 사실을 전해 듣더라도 별로 체감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우리가 겪는 중국에서 불어보는 미세먼지와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자가 섞여 우리의 폐를 괴롭히는 일에만 신경 쓸 뿐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상하게 '공기 질의 악화' 원인을 항상 남의 나라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 원래 깨끗했으니 난개발을 해도 깨끗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

얼마 전에 페이스북 영상으로 공유된 이국종 교수의 국감 증언 영상을 인상 깊게 보았다. 이국종 교수는 "언젠가부터 우리나라는 남 탓만 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의료헬기에 민원을 넣는 사람과 의료헬기 이착륙에 불만을 표시하는 공무원, 그리고 바뀌지 않는 한국 시스템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한국 사람의 남 탓 문화였다.

나는 이국종 교수의 작심 어린 비판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본 이후 댓글로 정답 같은 글을 남기면서 이국종 교수의 의견을 지지했다. 그런데 정말 그 사람들 모두가 자신에게 똑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그런 정답 같은 모습을 지킬 수 있을까?

내가 필요할 때는 구급차 혹은 곳곳에서 의료헬기를 요청하지만, 내가 필요하지 않을 때 구급차가 끼어들거나 의료헬기가 소음을 내며 근처에 오면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어버리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이국종 교수는 의료헬기로 병원으로 이송된 경력이 있는 사람도 의료헬기가 시끄럽다며 민원을 넣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말 딱 우리 한국 수준이 바로 거기인 것 같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세계의 곳곳에 뻗어있는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오늘날 우리가 공기청정기 없이 실내 생활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 또 우리에게는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결과 또 어떤 물품을 생필품으로 여기며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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