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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Nov 02. 2018

초심

만약 어느 사이에 초심을 잃어버렸다면 그건 정말 큰일이다.

우리가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건 단순히 의욕을 잃어버린 게 아니다.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건 '지금'을 잃어버린 굉장히 큰 일이다.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는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금을 열심히 살아간다. 하지만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건 지금 여기서 내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와 보람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여기에서 의미를 잃어버리면, 우리의 마음에는 오로기 공허한 상태로 뭘 하려고 해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여기서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초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왜 좋아했는지, 내가 하는 일의 어떤 부분이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는지, 내가 하는 일의 어떤 부분이 잠을 줄여가며 일해도 웃게 했는지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이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초심을 되찾을 수가 없다. 언젠가부터 일을 즐기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오늘 하루 시간이 가는 걸 기다리거나, 배우려는 자세를 잊은 채 꼰대 같은 모습으로 일을 대한다면, 이미 초심은 저 멀리 사라져버린 상태다.

다행히 자신의 그 모습을 눈치챘다면, 이건 정말 잘못되었다고 인정한다면, 다시 초심을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초심을 되찾을 수 없다. 많은 성공한 사람이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건 다시 백지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다. 한 번 해봤으니 그 백지 위에 설계도를 그려놓은 이후 다시 조립하는 과정을 즐겨보라는 말이다. 예전에는 결과를 만들어내느라 놓쳐버린 즐거움을 두 번째 시도에서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즐기면서 하는 두 번째 시도에서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확률이 훨씬 높다. 그게 바로 초심의 힘이다.

사람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만약 어떤 결과에 안주하고자 하는 욕심을 품어버리면 거기서 더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를 지키는 데에 급급해 다른 사람의 결과를 혹평하고, 같은 분야에 처음 들어온 사람을 괴롭히고 멸시한다. 때때로 지나치게 경거망동한 태도가 내가 쌓은 결과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기도 한다. 초심을 잃어버린 사람의 말로는 하나 같이 불행하다.

그러니 만약 어느 사이에 초심을 잃어버렸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려고 해야 한다.

만약 초심을 잃어버린 걸 눈치채더라도 '어쩔 수 없어. 원래 사는 게 다 그런 거잖아?'라는 순간, 당신의 인생은 결코 행복해질 수가 없을 것이다. 지금 여기서 하는 일이 두근두근했던 경험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초심을 잃어버리는 일은 그런 거다.

오늘 당신은 지금 하는 일에 어느 정도 초심을 가지고 있는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눈을 빛내며 일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죽은 생선 같은 눈으로 질질 발을 끄는 듯한 태도로 일을 하고 있는가?

분명히 우리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잘하고 싶은 초심이 있었다는 걸 떠올려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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