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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ug 06. 2015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그저 맴돌 뿐이다


더운 여름의 바람은 시원하지가 않습니다.

불어오는 습한 바람이 불쾌지수를 높이고, 더위를 부추깁니다.

이런 바람을 불어올 때면, 그냥 어디론가 훌쩍 시원한 곳으로 떠나고 싶어 집니다.


얼마 전에 책으로 읽은 아이슬란드가 좋을까요?

대자연 속에서 느끼는 고독을 느끼는 기분은 분명히 시원할 것 같습니다.

그냥 날씨가 시원하다는 것이 아니라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더운 여름 날씨 속에서 복잡한 우리 사회는 더위를 더욱 지독하게 합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땀 흘립니다.

땀 흘리면서 사는 인생은 빛나고, 아주 바람직한 인생이지요.


그런데 그 굵은 땀이 어떤 사람의 이기심에 슬픈 땀이 될 때가 있습니다.

택배 기사의 차량을 금지한 어떤 아파트의 사연으로 본 택배 기사들의 사연이 그랬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기 위한 2년의 기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가 토사구팽 당한 분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당장 어려움을 직면한 어머니 또한 그랬습니다.

그냥 사람이 좋다는 것을 떠나서 지나치게 어리석었기에 그랬습니다.

조금 더 다르게 생각하고, 조금 더 의심하고, 조금 더 체면을 포기했다면 어땠을까요?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서 손으로  부채질하는 게 경망스럽다 하여

부채질을 하지 않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조차 틀지 않은 채 버티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제 아무리 사적인 인간은 노력을 하더라도 명경지수의 마음에 달해 더위를 이겨낼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오늘날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자니

문득, 이 여름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싶은 기분입니다.

바람에 실러 다시 저 동쪽으로 가다 보면, 분명히 아이슬란드에 도착하겠지요.


세상의 고독을 맛보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 : http://nohji.com/2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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