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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Dec 12. 2018

비 오는 날

만약 오늘 비가 내린다면, 나는 즐거운 기분으로 우산을 쓰고 잠시 산책하러 나가고 싶다.

집에서 귀로 듣는 베란다 유리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도 듣기 좋지만, 직접 길을 걸으며 듣는 빗방울 소리는 훨씬 더 특별하다. 콘크리트 바닥을 적시는 빗방울 소리만 아니라 우산을 적시는 빗방울 소리, 작은 새들이 비를 피하거나 혹은 비로 몸을 적시며 우는 소리, 신발이 비로 젖은 바닥을 지날 때마다 소리조차 하나의 운율이 되어 깊이 들어온다. 비 오는 날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들고, 우리가 숨 막힐 듯 살아간 일상에 잠시 멈춰 서는 여유를 준다.

비를 맞으며 짜증을 내며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되도록 지금 들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하며 걸어보자. 괜히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마치 빗방울이 통통 튀는 듯한 발걸음으로 우리는 걸어갈 수 있다. 비는 바쁘게 살아가야 한다며 과열된 우리의 마음의 온도를 낮춰줄 수 있다.

비를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얼큰한 매운 라면을 한 개 끓여 먹으면 금상첨화다.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라면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비 오는 날 먹는 라면은 특별하다. 택배를 보낼 겸 빗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하고 싶어 우체국에 다녀온 나는 점심으로 라면을 먹었다. 맛있었다.

만약 오늘 비가 내린다면, 잠시나마 우산을 쓰고 길을 걸어보기를 바란다. 비 내리는 풍경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풍경과 소리는 일상 속의 특별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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