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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an 07. 2019

유튜브

만약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일단 장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밝은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조명,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배경과 책상을 정리한 스튜디오 같은 방, 그리고 영상을 깔끔하게 찍을 수 있는 좋은 카메라, 내 목소리를 전해줄 좋은 마이크.

유튜브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정도의 장비는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는 유튜브를 시작할 수 없다. 괜히 고가의 장비를 갖춘 이후 유튜브를 시작하면,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는 조회수에 적지 않은 실망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고가의 장비가 있어도 그 장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좋은 카메라가 있다고 해도 영상 편집 보정 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고, 좋은 마이크가 있어도 내 목소리가 좋지 않은 데다 오디오 편집 기술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나도 처음 좋은 마이크를 사면 내 목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좋은 마이크일수록 내 목소리를 있는 사실 그대로 전하면서 '아아아아!!!!!!!!!!! 내 목소리가 이럴 리가 없어!!!!!!!!!!!!! 이런 게 내 목소리라니!!!!!!!!!!!!!!!!'라며 이불킥을 하게 했다. 좋은 마이크를 사용한다고 해서 내 목소리가 성시경 같은 목소리로 변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어눌한 내 목소리가 있는 그대로 녹음되고, 그 목소리로 녹음한 파일은 주변 친구들에게 "야, 너 혀 짧잖아. 그리고 유튜브에 올린 네 말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다고 한들 본인이 그걸 최소 100% 활용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기능도 우리는 모두 다 활용하지 못한다.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단은 일단 장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남들처럼 굉장히 화려한 인트로와 엔딩 영상 혹은 효과를 주는 건 다 포기하는 일이었다. 어쭙잖은 실력으로 건드려봤자 크게 좋아지지 않으니, 일단 기본에 충실한 영상을 찍어서 가장 기본인 자막 입히기를 배우고자 했다.

영상 촬영과 녹음은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아이폰 7 플러스로 해도 충분했고, 때때로 사진에 녹음을 입힐 경우에는 크게 마음먹고 구매한 30만 원 대의 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최대한 또박또박 말하는 연습을 반복하며 자막이 없더라도 듣기 좋은 발성을 하고자 했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천천히 시작했을 때 나는 비로소 유튜브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최소 2회 이상 유튜브 영상 업로드 하기. 아직은 편집 프로그램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아 기본에 해당하는 자막을 입히는 일조차 헤맬 때가 많지만, 꾸준히 시간을 쌓아가면 생각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꾸준함이 가장 미덕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튜브를 시작하려고 한다면, 지금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시작해보자. 일단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스마트폰에 있는 영상 편집 어플을 가지고 짧게 편집해 매일 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괜히 처음부터 커다란 욕심만 부리면서 '다음에, 다음에' 하다간 결코 시작하지 못하니까.

다음에는 없다. 지금, 여기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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